[ET단상]진정한 음향을 선물한 발명가, 故 레이 돌비를 추모하며

김재현 돌비코리아 대표
김재현 돌비코리아 대표

“음향 기술 분야에서 레이 돌비가 이룩한 선구적 업적 가운데 하나는 내가 항상 꿈꿨던 진정한 음향 경험을 `스타워즈`에서 구현한 것이다. 그는 놀라운 기술적 이해력과 음향 예술을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훌륭한 과학자였다.”

공상과학(SF) 영화의 대가 조지 루커스 감독이 지난달 12일 향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레이 돌비 박사를 애도하며 남긴 말이다.

돌비 박사는 음향 솔루션 전문 업체 돌비 래버러토리스(Dolby Laboratories·이하 돌비)의 창립자다. 그가 잡음 제거와 서라운드 음향 기술 분야에서 일궈낸 수많은 업적은 첨단 엔터테인먼트 기술 발전에 기여한 것은 물론이고 세계 과학자와 기술자가 영상·음향 과학 분야에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개척했다.

그가 누군지 모르는 이들도 돌비를 상징하는 `더블D` 로고를 첨단 음향 기술의 대명사로 기억한다. 누군가는 소니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에 탑재한 잡음제거 기술과 `스타워즈` `미지와의 조우` `지옥의 묵시록` 등 다양한 영화와 함께 제공했던 돌비 서라운드 음향 솔루션에 감동했을 것이다.

음향 솔루션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딛고 성장시킨 돌비 박사의 능력은 회사의 혁신으로 이어졌다. 그는 `최고의 아이디어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서나 나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지난 1965년 돌비를 창립했다. `혁신을 통한 가치 창조`와 `위대한 결과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적합한 도구를 제공하며 투자해야 한다`는 두 가지 기치를 기반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지난 48년간 돌비는 영화, 음향,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차별화된 음향 경험을 지속적으로 선사했다. 현재 돌비 음향 기술을 탑재한 영화 수만 편과 전자기기 수십억 개가 세계 극장, 소비자, 개인 사용자 손안에 자리하고 있다. 돌비가 지금까지 아카데미상 10개, 에미상 13개를 거머쥘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지옥의 묵시록,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각각 아카데미 음향상, 편집상을 수상한 월터 머치는 “영화 음향은 크게 두 세대로 나눌 수 있다. BD(Before Dolby:돌비 이전)와 AD(After Dolby:돌비 이후)”라며 “1960년대 영화 음향 기술은 1930년대와 다를 바 없었다. 돌비가 개발한 잡음제거 기술과 서라운드 음향 솔루션은 마치 흑백영화에서 3차원 고화질 컬러 영화로 진화한 것과 같은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돌비 박사는 일생 동안 모든 음향을 원음에 가장 가깝게 전달할 수 있는 고품질 음향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콘텐츠 제작, 유통, 재생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며 엔터테인먼트 기술과 산업을 전문가 영역을 벗어나 일반 사용자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돌비 박사가 걸어온 길이 곧 엔터테인먼트 기술 발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뛰어난 발명가, 확실치 않은 미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가, 현대 벤처 기업가의 선구자, 멀티미디어 업계의 전설이었다. 우리는 음향 기술 산업을 이끌던 혁신가를 잃었다. 하지만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삶을 음향·영상 기술로 끊임없이 일깨워줬던 돌비 박사의 신념은 영원히 살아남아 우리를 계속 자극하며 영감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시대 최고 발명가이자 과학자였던 그의 명복을 빈다.

“발명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앞을 더듬어 길을 찾아야 하며 답이 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굴하지 않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레이 돌비(1933-2013)

김재현 돌비코리아 대표 janice3028@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