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빈둥거리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한다. 빈둥거려봐야 생각이 새롭게 떠오른다. 어슬렁거려봐야 평소에 바쁘게 스쳐 지나간 일상의 뒤편이 내게로 다가온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라는 글에서 버트런드 러셀은 “노는 시간은 `발효와 숙성의 시간`이다. 그래야 세상 뒤편을 응시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러셀은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주체성 확립을 위해서는 오히려 여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러셀은 흔히 자신의 무능력과 게으름에서 불행의 원인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행복해지려면 게을러지라`는 처방을 내리며, 인간의 진정한 자유는 스스로를 옭아맨 수많은 회의와 편견들에 저항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하루에 4시간만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려야 더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쉬지 않으면 쉬게 된다`는 일본의 인쇄광고 카피가 있다. 지금 쉬지 않으면 영원히 하는 일없이 쉬게 된다는 촌철살인의 말이다. 사람들은 놀 줄도 모르고 쉴 줄도 모른다. 여가 시간이 생기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온통 검색으로 일관한다. 검색하다 연관검색을 하면서 쉬는 시간을 소비한다. 각본과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달성해야 될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는 행동은 죄악으로 취급받기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빈둥거리고 어슬렁거리는 행동은 특별한 목적 없이 꼼지락거리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잠시 목표를 달성하는 궤도에서 이탈, 딴짓을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의미심장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지 구상하는 행동이다. 가끔은 목표로부터 궤도를 이탈해 딴짓을 하면서 빈둥거려봐야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할 수 있다. 딴생각을 해서 딴짓을 하기보다 딴짓을 하면서 딴생각하기가 더 쉽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