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법`은 전체 문화콘텐츠산업 규제법"

게임을 마약·도박·알코올과 함께 4대 중독 유발물로 규정한 속칭 `게임중독법` 반대 목소리가 문화예술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영화·만화·음악 등 문화예술계까지 나서 “문화콘텐츠산업 전체에 대한 규제”라며 단체 행동에 나섰다. 지나친 교육열과 청소년의 즐길 문화가 부족한 현실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합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다양한 계층이 해결책을 모색하는 돌파구가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박재동·이하 게임규제개혁 공대위)는 2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앞으로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국민 홍보활동 △관련 법률안의 문제점 분석과 대안 제시, 민간 자율규제안 마련을 위한 정기 포럼 △게임문화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국민홍보 활동과 웹툰 제작 등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게임규제개혁 공대위는 이 법안이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콘텐츠`를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행위로 정의하고 있어 규제범위가 게임뿐만 아니라 전체 문화콘텐츠를 포괄하는 것이어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 과몰입 원인이 온전히 게임에만 있다는 관점은 과학적 근거가 없고 정신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예술·심리·교육치료 등 다양한 접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과거 정부가 문화콘텐츠를 무분별하게 규제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원치 않는 피해를 입어온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게임중독법` 철회를 요구했다.

위원장을 맡은 시사만화가 박재동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는 “게임을 단순 오락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상호 소통하는 문화예술이기도 하며 지나친 교육열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청소년의 유일한 놀거리”라며 “이번 법안이 모든 놀거리를 범죄 행위처럼 만들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법안 제정 과정도 문제 삼았다. 박 위원장은 “게임 과몰입 문제는 게임 생산자, 사용자, 학자, 학부모, 교육자, 청소년 등 다양한 구성원이 긴밀히 의견을 나누고 천천히 해법을 모색해야 할 문제”라며 “이런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 노력해야 하는 데 국회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돌을 던지듯 법안을 만든 것은 불성실하고 비민주적 태도”라고 꼬집었다.

권금상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잠 안자고 공부하는 아이는 칭찬하지만, 게임하는 아이는 범죄자 취급을 한다”며 “우리 사회가 너무나 입시 위주로 흐르고 있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공부만 하는 `학생`으로만 규정하기에 놀이 자체를 죄악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아이들이 건강히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성찰해야 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필요하다”며 “아이들의 비만 등 다른 문제도 심각한 데 유독 게임을 문제시하는 것은 위험하며 자녀를 중독자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종득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가 만들어질 때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발했지만 무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문화산업계와 함께 법안을 저지하고 모든 문화콘텐츠에 대한 부당한 규제에 대항해 함께 철폐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연내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의 위헌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이번 보고서 제출은 공대위 활동과 별개로 진행하는 사안”이라며 “게임중독법 저지에 당분간 집중하면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참여해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