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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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칼럼]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

창조경제라는 말이 나온 지 벌써 일 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집에는 `창조경제와 함께 우리 모두의 삶에 국민행복기술이 피어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과학기술 정책이 국민행복을 실천하고 창의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성장을 열어가는 변화의 씨앗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창조경제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똑부러지게 정의를 내리는 사람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주무부처 고위공직자들은 물론이고 학계·유관기관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갸우뚱한다. 여기저기서 언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느냐며 성화다. 추석 연휴가 지나기 무섭게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을 교체한 것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다. 대한민국 3대 미스테리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들어있다니 할 말 다 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창조경제를 들고 나온 시기다. 영국·일본·호주·중국은 우리보다 먼저 창조경제를 들고 나왔다. 공통점은 선진국 대열에 있거나 개도국에서 한 단계 도약하려는 시기에 정부가 국가적인 어젠다로 삼았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반도체·가전·디스플레이·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넘어 3만달러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의 위협은 북핵이 아니라 메말라가는 국가성장동력이라는 말도 있다. 6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기준인 4만달러 시대로 가려면 새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1위를 벤치마킹해서 더 나은 1위가 됐지만 이제는 새 비즈니스 기회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빠른 추격자에서 미래 선도자(first mover)가 돼야 한다. 미래 선도자가 되려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 문제는 미국·일본 등 기존 선진국과 중국이 두고만 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 치 양보 없는 글로벌 경쟁에서 치고 나가려면 차원 다른 정책과 더 많은 연구개발(R&D) 예산,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하다.

민간 벤처캐피털이 있다.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한다. 주로 소재와 에너지 분야 기업에 투자한다. 자금 운용규모는 다소 차이나겠지만 여기까지는 유망한 벤처기업에 주식 취득 형식으로 투자해 그 기업이 이윤을 내면 주식을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일반 벤처캐피털과 다를 바 없다. 다른 벤처캐피털과 다른 것은 한 해 200억원은 버리는 돈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없는 셈치고 투자한다는 이야기다. 올해에는 60억원 정도가 나갔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투자하고 일정기간 기업가정신 교육도 병행한다. 한해 200억원까지는 투자금 회수를 생각하지 않고 집행하기 때문에 일단 투자 받으면 비즈니스화를 위한 창의적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한 기업이 사회 환원 차원에서 도입한 이 모델에 기업가정신이 결합하면 국민소득 3만달러는 물론이고 4만달러도 문제없다.

기업가정신은 불확실한 미래시장의 변화에서 기회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일이다. 성과나 결과를 강제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온다. 소비자가 관심 끄는 가치를 만들어 내고 미래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 통찰력(인사이트)이자 기업가정신의 핵심이고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