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지는 온라인 여론…포털 계정 매매의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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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포털 계정의 매매 실태는 상상 이상이었다. 불법이지만 수요와 공급이 끊이지 않아 오히려 활성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정이 국내외에서 거래될 정도로 이미 하나의 전문화된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계정 한 개에 2000원…문제 발생시 AS까지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국내 매매되는 포털 계정은 크게 `신규 계정`과 `해킹 계정` 두 가지다. 신규 계정은 공급 업자가 새롭게 만든 포털 계정이고, 해킹 계정은 타인이 현재 사용 중인 계정을 뜻한다. 두 계정은 가격에서 차이가 있다. 신규 계정은 2000~2500원, 해킹 계정은 그 절반가인 1000원 미만에 가격대를 형성했다.

가격 차이는 계정의 `가치`에 따라 발생한다.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해킹 계정은 원래의 주인에게 금방 발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래 쓸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대부분 한번 쓰고 버린다”고 덧붙였다. 신규 계정 중에서도 분류가 나뉘어 국내에서 만든 것, 해외에서 만든 것, 실명 인증을 받은 계정 등이 있다. 중국 쇼핑몰에서 포털 계정이 판매되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렇게 세분화된 건 각각 용도가 달라서다. 생성 계정은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보장돼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 글을 남기는데 주로 쓰인다. 해킹 계정은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에 유용하다는 평가다. 본지가 입수한 문서에도 계정 판매자는 `해외 생성 계정의 경우 지식인과 블로그에, 실명 인증 계정은 카페사용을 추천한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계정이 특정 기한 내 차단될 경우 다른 계정으로 교환해주는 사후관리(AS)도 제공할 정도로 체계화돼 있었다.

◇판매자 실체와 거래 규모는

계정 거래는 메신저와 메일로 이뤄진다. 판매자들은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쓰면서도 인터넷 IP는 중국으로 찍혀 국내 또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이들은 계정 판매라는 말도 언급하지 않는다. `장미`, `백합`과 같이 그들만의 용어로 거래를 숨기고 있다.

다만 이들이 수집하고 유통 중인 계정과 개인정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바이럴 마케팅 업체 대표는 “유명한 대형 업체의 경우 월 2만~3만개를 구입하는 것으로 안다”며 “바이럴 마케팅이 성업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유통되는 양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라고 밝혔다.

전문 판매업자들의 대규모 계정 확보에는 개인정보 도용과 해킹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해 신규 계정을 만드는데 사용하거나 남의 계정을 직접 훔쳐내는 방식이다.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쉽게 유출될 수 있다.

◇불법 개인정보 거래에 소비자 기만까지

지난 4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계정으로 증권게시판에 허위광고 글을 올려 부당 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에서 사들인 8만여 개의 포털 계정으로 “카페에 가입하면 대박이 난다”는 광고물을 증권게시판에 올리고 회원들에게 투자를 유도, 5억원 상당의 주식매매 차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포털 계정 거래는 바이럴 마케팅과 결합해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의도적인 입소문`을 내기 위해 불법적인 계정 구매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개인정보유출이 끊이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왜곡된 정보를 유통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 같은 눈속임 광고와 홍보를 의뢰하는 수요도 불법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이와 관련,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3일 소비자의 날 기념식에서 “온라인에서는 편향적인 정보에 기초해 소비자가 스스로 기망에 빠져 `역선택`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상 소비자 기만행위나 부당광고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는 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