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84>`면상`을 보지 말고 `관상`을 보라

`한 알의 모래알 속에서 세계를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그대 손 안에 무한을 쥐고/ 한 순간 속에 영원을 간직하라.`

윌리엄 블레이크 시의 한 구절이다. 한 알의 모래알 속에서 우주를 보듯 한 사람의 작은 행동 속에서 그 사람의 삶을 본다. 혼돈 이론에 보면 `후랙탈(Fractal)`이 나온다. 불규칙해 보이는 혼돈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과 구조가 존재하며, 그 패턴과 구조를 보면 부분 속에서도 전체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일명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이라고 한다. 자기 유사성은 부분을 확대하면 전체와 닮은 모습을 보여주고 전체의 속성이 부분 속에 고스란히 나타나는 성질이다. 그래서 크기를 변화시켜도 같은 형태를 띄며 무한 반복한다. 자기 유사성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유사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구조이다.

얼굴은 그 사람의 얼이 굴로 파여서 생긴 흔적과 무늬의 종합판이다.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짐작할 수 있는 것도 얼굴이 자기 유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관상`에서 주인공 송강호는 관상전문가로 등장한다. 사람의 관상을 보고 어떤 관직을 맡을 것인지를 예견하고 운명을 예측하지만 송강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관상 전문가는 아니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그의 대사가 이를 방증한다. “나는 파도만 바라보았다. 파도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인데….”

관상을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본 것은 관상(觀相)이 아니라 한 사람의 표면적 모습이 담긴 면상(面相)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관상 전문가는 면상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연과 배경, 아픔과 슬픔, 기쁨과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람의 위상을 읽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관상에는 그 사람의 삶이 담겨 있는 자기 유사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