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에도 복고풍이 분다.`
1990년대 출판 만화계를 주름 잡았던 만화가들이 속속 웹툰으로 돌아왔다. 20년 전 만화책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림체와 기존 웹툰에 비해 다소 호흡이 긴 이야기가 웹툰 독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만화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새해 초까지 줄잡아 50여명의 출판 만화작가들이 웹툰시장에 뛰어들어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고 나섰다.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에서 전체 작가수의 10~15%가량인 20여명이 활동 중이며 레진코믹스나 카툰컵 등 신흥 웹툰플랫폼에도 30여명의 작가가 가세해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비스를 시작한 카툰컵은 아예 작가 구성을 출판 만화 작가 위주로 짰다. 카툰컵에 연재하는 24명 웹툰작가 중 19명이 출판 만화작가 출신이다. 레진코믹스와 카툰컵은 아예 종이 만화책을 즐겨보던 독자를 위해 스크롤 방식이 아닌 종이책을 넘기는 것처럼 웹툰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네이버도 지난해 말부터 한국만화협회와 함께 중견 만화가들의 신작 단편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만화거장전`을 시작했다. 한국만화거장전에는 아기공룡 둘리의 김수정 화백, 요정핑크의 김동화 화백, 로봇찌빠의 신문수 화백 등 24명의 만화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웹툰서비스 사업자들은 출판 만화 작가의 웹툰이 `긴 호흡`과 `디테일한 묘사` 등 기존 웹툰과는 차별되는 강점을 가졌다고 입을 모은다. 카툰컵 관계자는 “대부분 웹툰이 짧은 호흡의 특성을 가졌지만 출판 만화는 대부분 장편으로 긴 호흡을 자랑하기 때문에 퀄리티가 좋다”며 “과거 종이 만화책을 즐겨봤던 30~40대가 출판 만화 스타일의 웹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업 레진코믹스 이사는 “웹툰은 보통 작가 한명이 이야기와 그림을 모두 다 소화하지만 출판 만화가들은 화실에서 만화를 분야별로 나눠서 배웠기 때문에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출판 만화가들이 대거 웹툰계로 옮겨온 이유는 수요의 자연스러운 이전도 작용했지만, 출판 만화가 출신 웹툰 작가들이 여러 성공모델이 자극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콘텐츠인 웹툰은 종이 만화와 작업 방식이 전혀 달라 만화가들 사이에 다른 분야로 여겨졌지만, 출판 만화작가들이 속속 웹툰으로 성공하면서 웹툰에 대한 이질감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국민 웹툰으로 불리는 `미생`의 윤태호 작가와 700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의 원작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훈 작가 모두 출판 만화가 출신이다.
카툰컵 관계자는 “기존 출판 만화 작가들이 종이 만화책과 웹툰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었는데 웹툰을 선택해 성공한 만화가들이 하나 둘씩 생기면서 기존 만화 작가들이 웹툰 쪽으로 움직이도록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