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장요건을 갖췄더라도 상장을 회피하고 있는 기업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위축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줄어든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장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 탓도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을 충족한 811개 기업 가운데 4개사(0.5%)만이 실제 상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에는 664개 상장 가능기업 중 22개 기업(3.3%)이, 2011년 823개사 중 18개사(2.2%)가, 2012년 839개사 중 7개사(0.8%)가 상장한 흐름을 보면 갈수록 상장 실적이 줄어들고 있다.
기업공개(IPO) 규모 역시 2010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0년 22개사 8조7010억원에 이르던 기업공개 규모가 2011년 16개사 2조9208억원, 2012년 7개사 7238억원에 이어 2013년에는 3개사 6614억원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주식시장 침체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던 2008년(6개사 333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이 상장을 하면 공모를 통한 유상증자, 무의결권 주식의 발행한도 및 주식배당 범위 확대, 주주총회 소집절차 간소화, 주식매수선택권 확대 부여 등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기업인지도 역시 개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상장기업 수와 IPO 규모가 급감하는 것은 상장에 따른 의무 확대와 불확실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상장사는 자본시장법상 엄격한 공시의무를 지게 되고 상법상 규정된 각종 상장사 특례규정 때문에 상장 전과 비교해 많은 규제를 받는다. 주요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거래도 제한받고 주식매수선택권의 주주총회 사후승인을 요구받는다.
또 자산이나 자본금 증가 등 기업규모가 커짐에 따라 대주주 의결권 제한, 소수주주권 행사 지분요건 강화, 사외이사 선임요건 강화, 감사위원회 의무설치 등 더 많은 규제를 받게 되면서 규모가 큰 기업들은 상장을 더 꺼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 가운데 최근 2년간 기업을 공개한 곳은 하나도 없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주식시장 침체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데다 각종 규제에 따른 상장유지 부담까지 감당해야 하니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꺼린다”며 “상장법인의 각종 규제 가운데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불필요한 것들은 완화하거나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