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ITO 필름, 국내외 시장에서 설 자리 없어…`기술 차별화` 절실

국산화 성공해도 시장진입 난관...기술 차별화 절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주요 ITO 피름 제조업체의 터치패널사별 공급 점유 비율

터치스크린패널(TSP)의 핵심 소재이자 일본 닛토덴코가 사실상 독점한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 시장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기를 못 펴고 있다.

내수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은 물론이고 기대를 걸었던 중국 시장에서도 현지 업체들의 공세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기술 차별화와 신규 시장 개척 등 생존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한화L&C·SKC하스 등 주요 소재업체들은 전체 ITO 필름 생산 물량 가운데 일부만을 국내에 공급하고 전량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ITO 필름 사업에 발을 디뎠던 LG화학은 지난해 전체 생산물량 중 8%만 납품하는 데 그쳤다. LG전자 공급량과 합쳐도 20%가 넘지 않는다. 중국 최대 TSP업체인 오필름(O-film)에 48%를 공급하는 등 중국 시장에 집중돼 있다.

한화L&C는 국내 고객이 전무하다. 전량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선호하는 50㎛ 두께의 ITO 필름을 개발하고 있다.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내수 시장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SKC하스 역시 전체 국내 수요의 10%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본 닛토덴코와 오이케(Oike)의 ITO 필름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군에는 이들 ITO 필름만을 고집하고 있다. 또 일진디스플레이 등 협력사에 특정 ITO 필름을 지정 주문하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소재를 채택하기 힘든 구조다.

여기다 최근 닛토덴코가 공격적으로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업체들이 수세에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ITO 업체들은 사실상 ‘백업 서플라이’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게다가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 ITO 필름업체를 협력사로 추가 등록시켜 국내 기업들의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IT 시장인 중국에서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중국 TSP 업체들이 ITO 필름까지 생산하는데다 지난해부터 닛토덴코와 오이케도 현지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LG화학 관계자는 “기대보다 실적은 저조하지만 최근 닛코덴코와의 소송 과정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소재 성능 향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열리면 필름 두께가 얇아질수록 경쟁력이 있다”며 “국내 소재 기업들이 ITO 필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술 개발과 함께 신규 응용 시장 개척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