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부품기업 삼성SDI가 그룹 소재분야 계열사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하고 이차전지 사업을 강화한다. 세계 1위의 이차전지 소형 분야에 이어 전기자동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 분야까지 선점 중인 가운데 배터리 핵심 소재까지 확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제일모직을 1대 0.4425 비율로 흡수 합병한다고 31일 밝혔다.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합병 회사의 사명은 삼성SDI로 하고 양사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양사 간 물리적인 합병계획은 당분간 없지만 이차전지 소재 연구개발(R&D)에는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다양한 소재 요소기술을 내재화해 배터리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4대 핵심소재(음극·양극·분리막·전해질)인 음극·양극 활물질 개발에 집중해왔다. 여기에 제일모직은 분리막과 유기소재 등 다양한 소재 요소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4대 핵심소재 자체 확보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흡수합명은 박상진 삼성SDI 사장의 통찰력이 크게 작용했다. 박 사장은 취임 1년여 만인 2012년 창립기념식에서 “이차전지는 전자부품이지만 전지는 화학 소재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삼성정밀화학, 제일모직 등 삼성 관계사와 전지 소재의 수직 계열화를 모색하고 소재업체와도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차전지 원천 기술을 보유한 일본과 소재 자원 강국인 중국의 맹추격을 우려해서다. 실제 일본 파나소닉은 2010년 산요를 합병해 점유율을 불리고 있고 도요타와 닛산, 미쓰비시 등 완성차 업체까지 중대형 이차전지 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이차전지 제조의 가장 앞단에 있는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기초 광물을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어 소재 기술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사장은 “일본은 최고 수준 배터리 원천기술을, 중국은 관련 소재·자원에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소재업계와 부품업계에서 각각 쌓은 양사의 전문 역량과 기술을 합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털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SDI는 자산 15조원, 매출 9조5000억원, 시가총액 10조원, 직원 1만4000명의 거대 계열사가 된다. 1954년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출발한 제일모직은 지난해 삼성에버랜드에 패션사업을 이관한 데 이어 삼성SDI에 합병됨으로써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