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정 저작권법 방법론이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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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책은 좋은 의도에서 마련했어도 나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더러 있다. 방법론 탓이다. 사회와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긍정적 취지에 매몰되면서 낭패를 빚는다.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단적인 사례다.

영리 목적이 아니면서 피해 금액이 100만원 이하인 불법복제 사범에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게 이 법의 핵심이다. 콘텐츠 불법복제에 둔감한 청소년이 한 번의 실수로 형사처분 받는 신세가 되는 폐해를 막자는 취지를 충분히 공감한다. 무분별한 소송으로 이익을 챙기는 일부 법무법인의 얄팍한 상술도 미연에 방지 가능하므로 일석이조다.

말 그대로 착한 취지인데 콘텐츠 업계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에 재개정까지 요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고자 하는 법이 콘텐츠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민감한 대목은 면책 기준 금액이다. 100만원으로 정해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보통 MP3 음원 한 곡 가격은 500원 안팎이다. 웹툰 한 편 보는 데 내는 돈도 비슷하다. 팔지만 않으면 불법복제 MP3 음원 1999곡을 지인에게 보내줘도 처벌 받지 않는다. 웹툰도 1999편까지는 치외법권이다. 다운로드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스트리밍으로 계산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스트리밍은 아무리 비싸야 곡당 6원 수준이다. 개인 블로그에 음악 듣기 16만곡을 올려놓아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형사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 널리 퍼지면 어렵사리 정착 단계에 접어든 온라인 유료 콘텐츠 시장은 삽시간에 붕괴될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콘텐츠 재산권을 보장받으려면 민사 소송을 걸어야 한다. 적은 금액과 많은 소송 대상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없다.

취지는 타당하지만 저작권법 개정안은 산업적 관점에서 지나치게 위험하다. 제도를 악용하는 불법복제 사범에게 면책 특권을 주는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국민적 홍보와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청소년은 예외로 기소유예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