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나고야의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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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우루과이가 생물 유전자원의 접근과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Sharing)’에 50번째로 비준했다. 나고야의정서 발효 기준인 비준 국가 50개를 채우면서 90일 후인 10월 12일 의정서가 발효된다.

나고야의정서 발효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생물 유전자원을 얼마나 보유한 나라인지에 따라, 또 이를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따라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발효 시기가 빨라져 각 나라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리나라 역시 나고야의정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대응방안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원 이용국 부담 증가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의 주요 목적 중 하나인 유전자원 접근·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를 위해 지난 2010년 10월에 채택됐다. 우리나라는 2011년 9월에 서명했지만, 아직 비준은 하지 않았다.

생물 유전자원은 에너지 고갈 및 환경오염, 식량부족 등 난제를 해결하는 생명공학연구의 필수 자원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생물 유전자원의 선점이 미래 ‘바이오경제’ 실현의 핵심과제로 평가된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면 생물 유전자원 또는 관련 전통지식을 이용할 때 해당 유전자원을 제공한 국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고, 그로부터 발생한 이익에 대해서는 상호합의 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전자원 접근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자원제공국의 국가 책임기관으로부터 자원접근 사전통보승인(PIC)을 취득해야 한다. 자원제공자와 이익공유 관련 상호합의조건(MAT)을 체결하고, 금전적(로열티 등) 또는 비금전적(교육 등)으로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이 같은 절차를 이행하고 점검하는 기관도 설치해야 한다.

생물 유전자원에 접근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까지 공유해야하는 만큼 주로 자원 제공국인 개도국들이 적극적으로 비준에 참여했다. 반면 자원 이용국인 선진국들은 비준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2010년 나고야의정서를 채택한 이후 국제적으로 유전자원의 무기화 추세가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 바이오 산업계 부담 커져

최근 5년간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생산액은 연평균 12.1%로 급성장했다. 바이오제품 개발의 원천이 되는 다양한 생물자원 확보는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생물 유전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많은 생물 유전자원을 들여온다. 국내에서 이용하는 생물자원의 67%가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나라가 나고야의정서에 비준에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의정서 발효가 결정된 이상 적극적인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

다수의 보고서는 국내 나고야의정서 준비의 미흡을 지적한다. 나고야의정서 발효시 올해 기준으로 약 3892억~5096억원의 이익공유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원료의 80%를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이로 인한 로열티가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물 유전자원을 해외로부터 들여와 이용할 때 그 나라 법에 따라 승인을 받고 이익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적·금전적 부담이 증가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시간과 돈 그리고 자원 싸움인 바이오분야 연구개발에서 해외 생물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용시 어떤 절차에 따라 이익공유를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본부장은 “그동안 사례별로 추진하던 지역 바이오클러스터 및 개별 기업과의 나고야의정서 관련 컨설팅을 확대 개최해야 한다”면서 “협회 내 나고야의정서 관련 산업계 지원을 위한 전담조직 구성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연구계도 부담

나고야의정서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바이오·생명공학 분야 연구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연구자가 국내 유전자원에 접근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 또 자원 소유자와 이익공유 계약을 체결해야한다.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한 연구를 할 때는 문제가 더 복잡하다. 국내 연구자가 자원부국의 자원을 취득하기 위해 받아야하는 허가 절차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원 취득기간이 장기화되면 연구에 뒤처질 수 있고, 취득 비용이 증가하면 연구 경쟁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구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나고야의정서에 대비한 국내 제도와 법을 정비하는데 이견도 있다. 과학계는 내국인에게도 자원 신고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연구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연구에 한해 자유로운 자원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부는 세계무역기구(WTO)가 내외국인 차별금지 조항을 규정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