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기도둑 늘어난다

환경부·한전, 개인별 과금체계 해법 고민

#경기도 광명에 사는 한 모씨(46세)는 최근 지인에게 빌린 전기자동차를 몰고 자신의 아파트에 주차했다가 관리소 직원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지하주차장 내 일반 콘센트에 전기차 충전케이블을 꽂아 충전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오산의 한 아파트단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온 전기차 사진. 휴대형 충전케이블을 사용해 충전 중이다.
경기도 오산의 한 아파트단지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 온 전기차 사진. 휴대형 충전케이블을 사용해 충전 중이다.

한 씨가 충전한 시간은 두 시간 정도로 전기요금으로 따지면 200원도 채 안되지만 그 사이 주민 세 명으로부터 공공의 전기시설을 개인이 무단 사용한다는 신고가 관리소에 접수된 것이다. 그 이후 한 씨가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일반 콘센트는 청소시간 이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전부 차단됐다.

전기차 충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전력의 과금용 계량기를 탑재한 충전기가 설치된 곳이 아니면 휴대형 전기차 충전케이블을 보유했더라도 사용이 불가능한 셈이다. 충전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일부 완성차 업체에서 휴대형 충전 케이블을 제공하고 있지만 개인소유의 전기설비가 아니면 모두 도전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경기도 오산 S아파트 단지 인터넷 게시판에는 전기차 이용자인 주민이 지하주차장 일반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 중인 사진이 게재됐다. 그 이후 불과 다섯 시간 만에 66건의 항의 댓글이 달렸다. 내용 대다수는 개인의 전기차 충전을 위해 세대 전체가 납부하는 공공요금을 낼 수 없다는 항의 글이다. 댓글에는 ‘충전기기가 아닌 케이블 사용을 금지하자’ ‘전기차는 관리사무소에 등록 후 전기요금을 별도로 부과하자’ 등의 의견도 함께 달렸다.

충전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물리적인 공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충전이 가능한 휴대형 충전케이블이 있지만 개인별 전기요금 과금체계 부재로 전기차 이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 정책에 따라 전기차 구매 시 개인에게 요금이 부과되는 완속충전기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아파트 사례와 마찬가지로 충전기가 설치된 장소에 다른 차량이 주차 중이거나 카셰어링 등 일시적인 사용자도 적지 않다.

반면에 전기차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동한 곳에 전기차 충전소가 없다면 휴대형 케이블을 사용해서라도 차량을 운행할 수밖에 없다.

이에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기차 이용자 개인별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요금체계를 한국전력과 협의할 방침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특정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휴대형 케이블로도 충전이 가능한 해법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이용이 늘면서 공공요금으로 운영되는 일반 콘센트에 충전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며 “물리적인 공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개인별 과금이 가능한 방법을 한전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