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요람, 서울대 `창업동아리`

“처음에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은 없었지만 일단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창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가 가득하고 창업 전선에 일찌감치 뛰어든 선배를 매주 만날 수 있다는 창업동아리의 장점에 끌렸습니다.”

스타트업의 요람, 서울대 `창업동아리`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학과를 휴학 중인 박진우 ‘중고차지식인’ 대표는 서울대 벤처창업 동아리(SNUSV) 17기 출신이다. 지난 7월 창업 동아리 팀원과 중고차 중개 거래서비스인 중고차지식인을 창업했다. 박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며 가장 큰 지원군이 됐던 게 창업동아리였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서울대 내 유일한 창업동아리여서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이 많이 모인다”며 “다양한 진로 중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구체적으로 팀원을 꾸리고 사업을 실행시키고 또 선배에게 매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창업벤처동아리는 1996년 당시 전기공학부 94학번이었던 송병준 현 게임빌 대표가 만들었다. 지금까지 정회원 과정을 마친 동아리 출신만 400명에 이르고 이곳에서 54개의 회사가 설립됐다. 이투스, 워터베어소프트, 스피킹맥스, 폰플, 하이퍼커넥트 등이 서울대 창업 벤처 동아리에서 싹을 틔웠다.

동아리는 단순히 창업 교육을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학생이 모여 팀을 꾸린 후 실질적으로 법인을 세우고 창업을 하는 실전 교육에 집중한다. 창업에서 제일 중요한 수익을 직접 창출하는 과정을 가르치기 위해 10만원으로 직접 사업을 시작하는 ‘10만원 프로젝트’ 등 전통적인 동아리 커리큘럼이 마련돼 있다.

매주 선배 창업가가 와서 강연도 한다. 기업가 정신부터 조직구성, 마케팅, 사업계획서 작성, 투자자 실전 전략 등 창업과 비즈니스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해야 동아리 정회원이 될 수 있다.

공과대학이나 경영대학 전공생이 주류를 이뤘던 동아리원의 전공도 최근 다양해졌다. 동아리 지원율도 창업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현 정권 출범 이후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김지환 서울대 벤처창업동아리 대표는 “최근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책도 많아지고 성공사례가 속속들이 나오면서 많은 대학생이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서울대 창업동아리도 올해는 이례적으로 신입 지원자수가 80명이 넘으며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창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대학축제기간을 이용해 직접 사업을 해볼 수 있는 등 학생의 특권을 누리도록 창업동아리가 도움을 주면서 사회경험이 부족한 학생 신분의 단점은 선배 기업에서의 인턴십 참여 지원 등으로 극복할 방도를 마련한다.

서울대 벤처창업 동아리는 국내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벤처창업경진대회(KSVC)를 지난 12년간 주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올해엔 미국 스탠퍼드대학과 연계해 학생 간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지환 대표는 “무모한 도전으로만 여겨졌던 대학생 창업이 이젠 체계적인 교육과 멘토링으로 성공의 표본이 될 수 있도록 동아리가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라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