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강화해야"…전문가들 사이버 감찰법 개선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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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감청으로 빚어진 사생활 침해 논란에 대응해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터넷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하는 규범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 국회도서관 지하 1층 소회의실에서는 ‘박근혜 정부 사이버 사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우상호·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두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서기호 정의당 의원,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최성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연사들은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정권의 국민 감찰이 크게 증가했다고 제기했다. 정청래 의원은 “지난 5년간 정부가 통신사에 요청한 통신 자료 건수가 2572만152건에 이르고 경찰이 건강보험공단에서 가져간 개인 정보가 350만건, 검찰이 요청해 확보한 개인정보가 38만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서기호 의원은 “지난달 불거진 검찰의 사이버 검열 대책 회의는 유신시대에나 있던 국가 원수 모독죄를 부활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전방위적인 사찰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현행 법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하주희 변호사는 “최근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서 불거졌듯 압수수색 영장 범위가 수천명의 대화까지 포함하는 등 절차의 문제를 드러냈다”며 “개인 정보의 자기결정권과 개인정보보호 등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규범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수사기관의 명확한 기준 제시와 기업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성진 사무국장은 “각 법률에 수사기관의 정보주체에 대한 통지의무를 보다 분명히 하고 불명확한 조항을 바꿔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사기관의 정보 요청이 되는 인터넷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영장 등 관련제도가 집행되도록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쟁체제에 노출된 기업 환경을 고려해 새 규범이 불균형 규제로 작동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도 정부의 감청이 인구대비 미국의 9.5배, 일본의 800배에 달해 과잉 발급되는 압수수색 및 통신사실확인 등의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인터넷기업협회가 ‘인터넷 민주주의의 도구인가, 감시의 도구인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도 사이버 감시가 힘없는 사람을 옥죄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오갔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인터넷이 민주주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낡은 법 규범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는 인터넷의 기본 법 취지인 사회·경제적 평등 논리 속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