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기업의 셰일가스 투자 계획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석유화학 업계는 당초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셰일가스 에탄분해시설(ECC) 확충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유가 추이를 지켜보며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접근한다는 전략으로 선회할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 나프타 가격은 12월 둘째 주 543달러까지 하락했다. 상반기 톤당 900달러대를 유지해오다 지난 8월 본격적으로 떨어져 이달 들어 500달러대에 진입했다. 하반기 들어 급락한 유가가 석유제품인 나프타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나프타 가격은 톤당 평균 919달러였다.
불과 연초만 해도 석화 업계의 이슈는 셰일가스 기반 ECC 도입이었다. 에틸렌 생산 비용이 납사분해공장(NCC) 비해 월등히 낮기 때문이다. 에틸렌은 가장 기본적인 석유화학 제품이다. 지난해 기준 셰일가스를 활용한 제조원가는 톤당 600달러, 나프타는 톤당 1000~1200달러 수준이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CC을 갖춘 업체가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서 국내 업계도 셰일가스 관련 투자를 검토해 왔다.
하지만 나프타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셰일가스 기반 석유화학 공정 도입을 계획한 국내 석화업계는 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북미 셰일가스 투자 검토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부터 북미 지역을 거점으로 ECC 확보를 위해 현지 기업과 물밑 접촉을 이어왔지만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삼성토탈 인수로 나프타 대량 구매가 가능해졌고 콘덴세이트, LPG로 다각화된 원료 포트폴리오를 갖춰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당장 셰일가스 투자에 나서지 않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삼성토탈 인수로 나프타 사업 경쟁력이 강화됐다”면서 “공정을 도입하는 시간과 유가 변수를 감안하면 당장 셰일가스 투자에 나서기도 부담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카자흐스탄에서 추진 중인 에탄가스 기반의 석유화학 단지 건설 추진 시기를 재검토하고 있다. 공장 가동 목표 시점을 오는 2017년에서 2019년으로 늦추기로 했지만 유가 하락에 따라 경쟁력이 약화되면 프로젝트 추진 시기를 다시 조율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액화석유가스(LPG)를 원료로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PDH(Propane Dehydrogenation) 시설에 투자한 SK가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SK가스는 셰일 가스 생산 증가로 LPG 가격이 나프타보다 낮게 형성될 것으로 예상해 PDH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원가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충재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에틸렌 생산 비용만 놓고 보면 여전히 셰일가스 기반 시설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지만 나프타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NCC의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면서 “유가 하락으로 나프타의 시대가 연장되고 석화 업계도 셰일가스 전략을 수립하는 데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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