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반도체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미반도체의 핵심 장비인 TC본더 수출 지표가 1분기를 기점으로 'V자 반등'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3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TRASS)의 다이본더(HS 8486.40-2010) 수출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해당 품목의 추정 수출액은 315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3분기 분기별 평균 수출액인 약 8000만 달러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지만, 세부 월별 지표를 살펴보면 회복세가 뚜렷하다.
특히 3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잠정 수출액은 55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월 전체 수출 실적(추정치)을 이미 상회하는 수치다. 지난 1월 수출액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실적 공백 우려를 낳았지만, 2월 들어 중량당 수출 단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하며 바닥을 다진 뒤 3월부터 물량이 함께 늘어나는 양상이다.
중량당 수출 단가($/kg) 지표의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해 중반 1kg당 200~228달러 선이었던 단가는 올해 3월 기준 52달러 선까지 낮아진 상태다. 이는 장비 가격 하락이 아닌 제품 구성(Mix) 변화에 따른 통계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고가의 HBM4용 신규 장비 본체가 본격 출하되기 전, 상대적으로 중량이 무거운 교체용 부품이나 유지보수용 키트 물량이 먼저 통관되면서 나타난 착시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지표의 흐름은 마이크론의 대만 생산 거점 확보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마이크론은 지난 15일 대만 통뤄 P5 팹 인수를 마쳤고, 26일에는 장비 반입식(Tool Move-in)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TC본더와 같은 초정밀 장비는 고객사 팹에 들어간 직후 수출 데이터에 즉시 반영되지 않는다. 현장 설치와 시운전, 최종 검수(Acceptance) 과정을 거쳐 정식 통관 및 매출로 인식되기까지 보통 1~2개월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3월 말부터 시작된 대만 팹 장비 반입량은 4월 잠정치부터 통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3월 1~20일 전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3.9% 늘었으며, 대만향 수출은 33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80.0% 급증했다. 대만향 물량의 상당수(약 20억달러)는 국내 생산 HBM 완제품이 TSMC의 차세대 패키징(CoWoS) 공정에 투입되기 위한 것이나,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TC본더 물량은 마이크론의 대만 HBM 생산 라인으로 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TC본더는 칩을 적층하는 메모리 제조사(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공정에만 사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TC본더 수출 감소는 HBM4 양산이 늦춰진 것이 주된 요인이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대만에는 HBM외에도 AI 및 시스템 반도체 관련 후공정(OSAT) 기업들도 다양해 TC본더 수출 기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