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한 ICT 불공정 거래 감시 강화…정 위원장 “국민 시각으로 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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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업무계획의 특징은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다. ICT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거래가 나타나며 기업의 독점·담합·시장지배력 남용이 지속되고 있지만 감시 체계는 기존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ICT 주력의 글로벌기업과 국내 대기업의 인수합병(M&A) 전략이 확대되고 있고,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불공정 거래 관행이 여전한 현실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달 운영을 시작하는 ICT 특별전담팀도 ‘소수정예’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전체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많은 직원을 배치하기 어렵고, 외부 전문가 영입도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외부인사 없이 공정위 직원으로만 특별전담팀을 꾸리며 관련 업무만 전담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OS·SNS 사업자 등 플랫폼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감시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기업을 향한 제재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공정위는 KT, LG유플러스, 네이버, 다음카카오와 같은 국내 플랫폼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주목한 바 있다. 공정위는 “특정 기업을 조사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수 업체가 독점하는 모바일 OS·SNS 시장을 적시한 만큼 관련 업체를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9일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한정된 인력, 예산으로 모든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는 없는 만큼 지금 시점에서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관점에서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한 예로 IT나 전자산업 부분에서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글로벌기업 규제, 모바일 OS 등 플랫폼사업자 규제 등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불공정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칼날이 얼마나 날카로워질지도 관심사다. 특히 오는 14일 시작되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법 적용 대상 기업의 거래실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기업 감시를 전담하는 조직 신설이 어려워져 효율적인 정책 추진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정 위원장은 시장감시국에 베테랑 직원을 배치해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 지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와 계열사 특혜 제공 등을 감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직접적으로 ‘경제민주화’를 언급하지 않아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야당 등의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 위원장은 “대·중소기업간 문제,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결국 경제민주화 과제”라며 “경제민주화라는 모자를 씌웠느냐 안 씌웠느냐 문제이지 본질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또 “도둑을 잡을 때에도 잠복 근무가 효율적인지 공개 수사가 나은지 사안에 따라 다르다”며 “경제민주화 모자를 씌워놓으면 기업이 오히려 긴장하고 대비를 해 공정위에 좋은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만약 정부가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었다면 24년이나 공정위에서 근무한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을 발탁했다는 것은 제대로 공정거래를 해보라는 간접적인 신호로 본다”고 덧붙였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