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을 계기로 투기성 외국자본에 취약한 우리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 공격에서 보듯이 국내 기업은 경영권 경쟁 환경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과거에도 SK와 KT&G에 소버린과 칼 아이칸이 각각 경영권 분쟁을 유발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고 국부가 해외로 유출된 적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 구조조정 원활화와 IMF 측 요구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어렵게 하던 규제가 폐지된 반면에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하는 제도가 신설됐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공격자에만 유리한 환경이 국내에 만들어져 불공정성 논란이 있어 왔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최근 기업 경영권 방어를 위해 경제 선진국 수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존 주주에게 싼값에 주식을 대량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적대적 M&A 공격자에는 매수권한을 주지 않도록 해 공격자 지분을 크게 낮추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주장한다.
포이즌필은 방어수단으로 도입비용이 따로 들지 않고 도입만으로도 예방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경제성이 높고 방어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S&P 500대기업 가운데 3분의 2가 도입했다.
재계는 또 1주 1의결권 원칙 예외를 인정해 미국, 영국, 일본 등 경제선진국과 같이 차등의결권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회사 지배권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구입해 더 많은 배상을 받기를 선호하는 주주와 경영 참여를 원하는 주주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주요 경제 선진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다양한 경영권 방어제도를 운용 중이다.
미국은 국가가 외국인 투자를 규제하는 ‘엑슨플로리오법(Exon-Florio)’으로 외국자본 규제가 가능하다. 포이즌필 제도도 활성화돼 있고 주주총회 보통결의로 정관 변경 시 사전 M&A 방어수단 도입이 가능하다.
유럽연합(EU)은 전통적으로 외국 자본으로부터 자국 산업 보호 경향이 강해 경영권 방어수단이 발달했고, 정관으로 다양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영국과 프랑스는 의무공개매수 등 M&A 공격자에 강력한 사전규제와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쓸 수 있다.
일본도 2005년 신회사법을 만들어 단원주제도, 신주예약권제도, 다양한 종류주식 도입으로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을 대폭 보강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