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특별기획]영화 시장 중심으로 해외까지 팽창

한때 게임에 이어 국내 콘텐츠가 중국에서 조금씩 성과를 거두는 분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방송이 꼽혔다. 중국 영화 시장은 매년 30%씩 꾸준히 성장하면서도 낮은 영화 제작 수준과 높은 소재 제한, 한류로 시장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영화 시장이 변하고 있다. 높은 자본투자로 영화제작 편수가 증가하며 관객 눈높이가 높아졌다. 영화시장에서 자본을 만든 거대 기업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영화 제작 문화가 무르익고 있다. 중국에서 만든 영화가 할리우드에 이어 우리 시장까지 위협할 날이 머지않았다.

[차이나 특별기획]영화 시장 중심으로 해외까지 팽창

◇‘착요기’ 등 자국산 영화 강세

지난달 중국 극장가는 ‘요괴’ 사랑에 빠졌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영화 ‘착요기(捉妖記)’가 주인공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착요기는 지난달 28일 14억4800만위안으로 이전 박스오피스 1위 ‘어벤져스2’ 기록을 넘어섰다. 이달까지 누적 박스오피스는 20억위안을 넘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660억원 수준이다. 착요기 소재는 요괴다. 귀여운 요괴 캐릭터가 여름방학 특수를 맞은 중국 극장가를 휩쓸었다는 평가다. 실제 영화에 등장한 요괴 캐릭터 상품은 중국 전역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착요기 흥행 요인으로 애니메이션을 꼽는다. 제작비만 3억5000만위안(651억원)이 투자됐고 기획부터 상영까지 7년이 걸린 대작이다. 요괴를 실사에 가깝게 다룬 애니메이션 효과는 가장 큰 볼거리로 꼽힌다. 1100여개 특수 효과를 연출하는 데 2년이 소요됐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할리우드 수준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결합한 영화다. 감독 이력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쉬청이 감독은 26년간 할리우드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쌓았다. 쉬 감독은 ‘슈렉’과 ‘쿵푸팬더’ 등에서 활약했다. 영화에 등장한 요괴 캐릭터는 이미 중국 전역에 퍼졌다.

이기연 CJ E&M 중국투자배급담당은 “‘착요기’ 성공은 지금까지 중국 극장가에서 유명 배우나 감독이 영화 흥행을 좌우한다는 흥행공식이 깨진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영화계가 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관객 눈높이 상승’과 ‘할리우드 투자’ ‘IT와 콘텐츠 결합’ 세 가지다.

중국 관객 눈높이에 맞춘 영화는 대작이든 저예산 영화든 입소문을 타고 흥행한다는 점이다. 반면에 유명감독과 배우가 투입되고 거대한 예산이 투자된 영화도 실패했다. 판빙빙 주연 대작 ‘양귀비’와 ‘영웅본색’ 우위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장쯔이와 송혜교가 출연한 ‘태평륜’은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착요기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까지 올랐던 ‘전병협’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로 입소문을 타면서 박스오피스 상위에 오르며 3000만명이 넘게 영화를 봤다. 누적 수입은 10억위안에 이른다.

관객 눈높이 상승은 자국산 영화 강세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영화 시장에서 자국산 영화 흥행 수입은 161억위안으로 외국산 영화 수입 134억위안을 넘어섰다. 자국영화 시장 점유율이 54.8%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13년에 58%에 비해선 줄어든 수치지만 2011년 이후 중국 영화 강세가 꾸준하게 이어진 셈이다.

국내 상황과 비교하면 2007년과 흡사하다. 우리 영화계에서 ‘식객’ ‘복면달호’ ‘미녀는 괴로워’ ‘1번가의 기적’ 등 저예산 영화가 흥행을 하며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접수했다. 할리우드 영화와 특정 배우나 감독에 의존했던 박스오피스가 신선한 소재와 이야기로 눈을 돌린 해다. 그 이후 영화시장은 국산 영화 붐이 일었다.

◇할리우드 등 해외 진출도 본격화

자본력을 앞세워 할리우드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이달 국내에서 상영돼 인기를 끈 ‘미션 임파서블5:로그네이션’은 인터넷기업 알리바바가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CCTV가 자회사를 통해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완다그룹은 AMC엔터테인먼트를 26억달러에 인수했다. 푸싱그룹은 워너브러더스 출신 제작자 제프 라노비프가 세운 영화사 ‘스튜디오8’에 10억달러를 넣었다. 또 화처는 국내 최대 배급사 가운데 하나인 NEW에 535억원을 투자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최근 IT기업과 영화 제작사 간 합작이 늘면서 정보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변화도 눈에 띈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등 IT기업이 영화시장에 직접은 물론이고 영화제작사와 제휴를 맺고 영화 시장 고도화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지난 2013년 디지털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만들어 영화 투자, 제작, 유통까지 종합적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화이브러더스는 텐센트와 콘텐츠 부문에서 알리바바와는 IT에서 제휴를 맺고 마케팅 효율을 높이고 있다. 완다 역시 누적 관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 행태를 분석해 서비스하면 영화 산업에 IT를 녹였다.

여기에 크라우드 펀딩이 투자 조력자뿐만 아니라 영화 흥행을 이끄는 금융마케팅 모델로 자리잡았다. 자본력과 기술력이 결집되면서 중국 영화시장이 그들만의 리그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한국 영화 제작 노하우가 중국을 파고들 틈새가 그만큼 사라지고 있다.

◇공동 제작 활용하면 승산

지난해 개봉한 합작영화 ‘이별공식’과 ‘20세여 다시 한번’ 등이 흥행에 성공한 만큼 한중영화 공동제작협정 등을 활용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기연 팀장은 “중국 영화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창작 능력에선 부족해 한국 영화자원 수용이 가능하다”며 “공동제작협정 등을 활용하고 중국인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분야와 애니메이션도 여전히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꼽힌다. ‘별에서 온 그대’ 이후 한국 방송과 문화에 관심이 꾸준히 늘었다. 인터넷과 위성TV를 통해 한국 방송물이 젊은 층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젊은층 수요와 함께 캐릭터 사업까지 연계가 가능해 높은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영화와 인터넷 등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젊은층 선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 기업과 함께 보다 중국인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면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세계 1위를 넘보는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