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1년, 정부 기름값 정책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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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름값을 잡기 위해 도입한 석유유통 제도 실효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효과가 미미한데다 되레 기름값을 올리는 역효과를 초래했다는 지적까지 따른다. 저유가 기조가 1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소비자 체감효과는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유류세 개편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알뜰주유소 계륵되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알뜰주유소 정책 실패 지적이 잇따랐다. 알뜰주유소는 전자상거래, 혼합판매 활성화와 더불어 정부가 추진한 석유유통 3대 정책 가운데 하나다. 시설개선 비용 지원과 소득세·법인세·지방세 할인 등 혜택을 부여한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 출범 이후 현재 1143개소로 늘었다. 전체 주유소 10곳 중 하나꼴이다.

알뜰주유소 개소당 3000만원가량 국가 보조금으로 3년간 200억원이 지원됐지만 당초 계획한 리터당 70원~100원 인하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최근 석유공사로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유사 폴 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로 전환 후 운영자가 바뀌지 않은 주유소 236개소 가운데 21곳(8.9%) 주유소가 기존 정유사 상표 때와 동일한 가격에 팔거나 더 높게 판매했다. 정부 정책에 부응해 70원 이상 싸게 판 주유소는 전체 13.1%에 불과했다. 151개(64%) 알뜰주유소는 가격을 50원 미만으로 인하해 소비자가 취해야할 혜택을 독식했다는 분석이다. 정부 지원이 국민에게 돌아온 것이 아니라 알뜰주유소 사업자 등 민간 석유유통업자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지적이 따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가 생겨나면서 폴(정유사 브랜드)주유소 가격도 동반 하락했다는 주장해 왔다. 알뜰주유소 판매가가 시장에서 기준가격으로 역할을 하며 정유사 폭리를 억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 인하효과를 입증하기 어렵고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공급을 정유사가 책임지는 구조에서 가격인하효과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오히려 세금으로 알뜰주유소를 지원하는 것이 공정경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사업을 맡은 한국석유공사는 경영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알뜰주유소를 민간에 이양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이를 떠안을 주체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계륵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유업계가 일몰을 요청해온 석유전자상거래 수입부과금 환급제도도 1년 연장이 결정되면서 혈세낭비 논란이 재연됐다. 전자상거래 조세 혜택이 시작되면서 경유 수입물량은 2014년 전년 대비 7.6배나 늘었다. 인센티브가 석유제품 수입을 늘리고 가격경쟁력 제고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시장가격 인하 효과를 입증하는데 애를 먹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석유유통 정책으로 일부 알뜰주유소, 수입사 등에 이익이 돌아가면서 시중 기름값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보다 큰 배꼽 ‘유류세’

지난해 6월 배럴당 120달러에서 이달 61달러로 50% 가까이 하락했다. 우리나라 기름값 인하폭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가득하다.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61원에서 지난달 1544원대로 떨어져 인하율은 17% 수준에 그쳤다. 정유사 폭리 논란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 상황이었지만 최근 소비자 눈은 유류세를 향한다. 기름값에서 유류세 차지 비중이 높아 국제유가 인하 효과를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 1리터를 사면 수입부과금,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부가세, 원규관세 등 6가지 세금이 900원 넘게 붙는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했지만 교통세(리터당 529원) 등 고정세는 변동이 없어 유류세 비중은 계속 커진다. 지난 8월 둘째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552원으로 유류세 비중은 59.7%에 달했다. 휘발유 판매가격이 1800원대를 오간 지난해 8월 유류세 비중이 51.4%였으니 거의 10%p 가까이 오른셈이다. 기름값에서 석유제품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남짓이다 보니 제품가격이 100원 하락해도 실제 기름값은 40원 내리는데 그친다.

향후 국제유가가 1달러까지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유류세 비중은 80%까지 상승한다. 사실상 유류세라고 불러도 무방한 기름값은 1090원이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나라 유류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 수준이라고 평가하지만 이스라엘, 터키를 제외하면 우리보다 높은 나라를 찾기 힘들다”며 “40% 비중 석유제품 가격은 이미 인하 요인이 거의 반영됐기 때문에 비중이 큰 유류세를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