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소송 횡포`…사실관계 확인없이 무차별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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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아니면 말고’식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해당 기업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소프트웨어(SW) 불법 사용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법무법인과 영업 실무부서 간 소통부재도 논란거리다. 취재가 시작되자 MS는 슬그머니 소송을 취하하는 등 SW 글로벌 대기업답지 않은 모습도 보여줬다.

`MS의 소송 횡포`…사실관계 확인없이 무차별 소송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는 지난 9월 초 국내 법무법인을 통해 SW중소기업인 I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I사가 운용체계(윈도·윈도서버)와 문서 프로그램(오피스)을 무단 복제해 사용하고 있다며 2000만원 배상을 요구했다.

취재 결과 MS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I사는 MS 정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서버의 경우 MS와 무관한 리눅스 운용체계가 탑재돼 있었다. MS가 SW 무단 사용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MS는 소송 근거로 자사 제품 구매자 명단에 I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확인결과 이 회사는 PC를 대여해 사용하고 있었다. SW가 사전 설치된 PC를 렌털했기 때문에 MS 측에 구매 기록이 남지 않는 게 당연한 데도 MS는 I사가 리스트에 없다는 이유로 불법 복제 사용자로 결론지은 셈이다.

I사 관계자는 “MS가 소장에서 우리 회사가 사용하지도 않는 전사자원관리(ERP) 프로그램까지 거론하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소를 제기한 것은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I사는 현재 MS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사다.

취재가 시작되자 MS는 착오를 인정하고 뒤늦게 소를 취하했다. 한국MS 측은 “I사가 PC를 렌털했기 때문에 구매기록이 당사에 등록되지 않았다. 라이선스 구매 현황만 보고 법무법인이 민사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실관계를 뒤늦게 확인하고 소 취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MS는 소 제기 후 한달이 경과된 지난 1일 법원에 취하서를 제출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이 국내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고 무차별 소송을 제기, 국내 기업에 주는 피해가 크다며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합의금을 받아낼 경우 원고 측과 대리인인 법무법인이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며 “대응하지 않으면 무변론으로 원고가 승소할 수 있어 소송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경제적·시간적 손해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