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 지배력전이 결론 못냈다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가 2월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전문가 토론회가 2월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이동전화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 추이

`솔로몬의 지혜`는 없었다. 정부가 이번에도 통신 `결합상품 지배력전이`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지 못했다. 변동이 너무 심해 결합상품은 아직 `시장 지위`를 갖지 못한다고 결론을 지었다.

정부가 결론을 유보한 빈자리는 통신사 차지였다. 통신사는 일부 사실을 자사에 유리하게 확대 해석하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찬반논리로 활용했다. 경쟁상황평가가 핵심쟁점 판단을 미루면서 합병인가 예측이 어려워졌다.

◇정부 “결합상품 지배력전이 알 수 없어”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 18일 `2015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를 발표하면서 통신 결합상품은 아직 시장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물론 시장지배력 전이도 따질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재현 KISDI 통신전파연구실장은 “결합상품은 변동이 심해 시장 획정이 어렵다”며 “지배사업자가 누군지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KISDI가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수요대체성`이다. 어떤 제품 A의 가격을 올렸을 때 얼마나 다른 제품으로 옮겨가는지를 보는 것이다. 만약 가격변동에 따른 이동이 심하면 A는 하나의 시장 지위를 얻지 못한다.

KISDI는 2393명을 설문조사해 결합상품 요금을 10% 인상했을 때 현재 사용 중인 결합상품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하는 비율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전체 54.1%만 현재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다른 결합상품이나 단독상품으로 전환했다.

가격을 조금 올렸을 뿐인데 절반 가까이가 다른 상품으로 떠난 것이다. KISDI는 수요대체성이 너무 커 결합상품을 시장으로 인정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여 실장은 “이번 경쟁상황평가가 제공하는 통계는 참고자료일 뿐 합병 이슈와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결합시장에서 지배력이 형성되는 것을 관찰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신사, 평가 내용 일부 발췌…합병 찬반에 활용

정부 바람과 달리 통신3사는 경쟁상황평가 일부를 발췌,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 국면에서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했다.

이동전화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 추이(2015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이동전화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 추이(2015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공방은 `이동전화 결합상품`에 집중됐다. SK텔레콤 점유율이 3사 경쟁체제가 확립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0%를 돌파(51.1%)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이동전화 지배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다른 상품으로 전이된 결정적 증거라며 정부와 SK텔레콤을 압박했다. 합병을 불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에서 SK텔레콤은 전년(2013년)보다 3%포인트 이상 점유율이 늘었다. 2008년 29.8%에서 매년 큰 폭 점유율을 높였다.

SK텔레콤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에서는 KT가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무선과 유선시장 1위업체가 해당 결합상품에서도 점유율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 추이(2015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가입자 점유율 추이(2015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KT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점유율이 2007년 5.6%에서 2009년 49.9%로 급등했다고 해서 KT 유선시장 지배력이 다른 상품으로 전이됐다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 시장은 각각 1342만회선, 1201만회선(통신4사 기준)으로 비슷한 규모다.

SK텔레콤은 오히려 이번 경쟁상황평가에서 이동전화 매출액 점유율이 사상 처음 50% 이하(49.6%)로 떨어진 점에 주목했다.

작년 가입자 기준 점유율이 44.8%(알뜰폰 제외)로 떨어진 데 이어 매출액 점유율까지 50%가 붕괴된 것은 `시장경쟁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했다.

결합상품 지배력전이 결론 못냈다
결합상품 지배력전이 결론 못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