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30년 만에 찾은 표준어, 개정된 `레이다`로 통일하자

곽영길 한국 항공대 교수
곽영길 한국 항공대 교수

최근 한국형 전투기의 눈인 탑재 `레이다(RADAR)` 개발에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레이다는 `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첫 대문자를 줄인 전문 용어다.

레이다는 국가에 큰일이 터질 때마다 국민들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피격,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항상 레이다가 언급됐다.

최근 한반도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배치와 관련해 X밴드 레이다 기술이 관심을 끌었다.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의 최첨단 능동형전자주사배열(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레이다도 우리 기술로 개발한다고 한다.

첨단 과학기술이 우리 생활 주변에 등장하면서 지난날 특정 과학기술 분야에서만 사용하던 전문 용어가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에게 많이 소개됐다.

외래어 전문 약어는 원문 발음 표기 방식을 존중해 이를 국가 표준어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부 전문 용어는 원래 발음과 다르게 표기돼 오늘날까지 많은 혼란을 야기한다. 대표 사례가 `레이다` 표기다.

원래 레이다는 오랫동안 표준어로 사용돼 왔다. 국제학회나 이 분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도 레이다로 표기한다.

그러나 1987년 외래어 표기 정비 지침에 따라 `ㅏ` 발음을 `ㅓ`로 통일하는 과정에서 전문 용어인 레이다가 `레이더`로 표기돼 국정 교과서 편수자료에 포함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학계는 그동안 관습으로 사용돼 온 레이더의 표기를 바로잡기 위해 오랫동안 정부 기관에 개정을 건의했다.

수차례 국어 심의회를 거듭한 끝에 최근 공식적으로 레이다를 국가 표준어로써 `원칙적 표기`하도록 개정했다.

후속 조치로 2015년판 국립국어원 표준 국어대사전에는 레이다를 기본 표제어로 개정하고 고시했다. 외래어 표기상 발생한 오류를 바로잡는데 거의 30년 세월이 흘렀다.

레이다는 표준어 지위를 찾았지만 국립국어원이 레이더를 폐기하지 못하고 `관용 표현`으로 복수 표기를 인정, 문제의 소지로 남았다.

복수 인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레이더 표기를 완전히 폐기시킴으로써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원래 레이더의 발음은 `침입자`를 뜻하는 `Raider`와 똑같다. 레이더가 레이다 표기를 침입한 셈이다.

전문 용어를 표준어로 바로잡는 일은 전문 분야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불편과 혼란을 없애고 후학 연구와 교육 백년대계를 위해 중요하다.

천문학 규모의 비용이 소요되는 국가 사업에 아직도 레이다와 레이더 표기를 섞어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정된 국가 표준어는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 실효가 없다. 개정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대부분 관련 정부기관은 물론 언론에서조차 아직도 레이다와 레이더 표기를 함께 사용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한글 워드에 레이다를 치면 표준어가 아니라는 표시로 빨간 줄이 나온다. TV방송 뉴스에서도 레이다와 레이더를 함께 쓴다.

주무 부처는 더욱 적극 계도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 올해부터는 모두 레이다로 통일해 사용함으로써 제대로 된 한글 이름표를 달고 국가 첨단 레이다 사업이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곽영길 한국항공대 교수 ykwag@k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