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법금융판매는 잘못된 신뢰에서 생긴다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신규 계좌 개설이 가능한 시대다. 대면 영업에만 치중해 온 은행과 증권사도 비대면 계좌 개설 확보와 함께 온라인 전용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은행과 보험 온라인 전용 상품 판매 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30%, 15% 늘었다. 금융 당국이 비대면 계좌 개설 규제를 폐지한 지 1년 남짓 만의 성과다.

금융권 인력 감축을 가속시킬 것이란 우려도 기우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신규 계좌 3분의 1을 비대면 계좌로 개설했다. 점포를 줄이면서도 영업 인력을 확충해 얻은 결과다. 거리가 멀어지면서 발생한 영업의 어려움을 비대면 영업으로 극복한 셈이다.

변화 속도도 빠르다. 로보어드바이저(RA), 온라인 투자일임 등 비대면 계좌 개설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규제 개혁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저렴한 자산관리 서비스 도입을 위해 RA 검증에 나서면서도 정작 비대면 일임 업무는 허가하지 않고 있다. 얼굴을 보지 않고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완전 판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계좌 허용에 난색을 표하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불거진 불완전 판매 사례는 대부분 금융 상품에 내재된 복잡성이 원인이다. 불완전 판매 책임을 비대면 영업에 돌리는 것은 복잡해진 금융 상품의 현실을 가리는 행위다. 투자자를 직접 만나서 위험성을 설명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즉각 상품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이희진·조희팔 사태`로 불거진 비상장 주식 유사수신 행위는 대면 영업 방식에 근거한 다단계 영업에서 시작됐다. 동양생명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태도 부실한 리스크 관리에서 비롯했다.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감언이설은 잘못된 신뢰에서 발생한다. 온라인 판매에 감독 역량을 집중하기보다 금융 상품의 복잡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우선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