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2>'신용카드' 위협하는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

유니콘 기업은 혁신 스타트업이다. 혁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이야기처럼 근본 혁신은 그리 많지 않다. 근본 혁신을 찾지 못한 창업가도 창업에 성공한다. 중국, 인도같이 시장이 큰 나라는 모방형 창업으로도 큰 기업으로 떠오른다.

우리나라 창업은 대부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혁신을 내수 시장에 복제하려는 모방형 기업이 많다. 시장이 크지 않고 투자 금액도 적은 데다 내수시장을 타깃으로 하면서 글로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 스타트업은 정부와 사회 기대와 달리 일자리 문제 해결책도 되지 못한다.

우리와 다른 혁신 창업을 하는 나라가 있다. 스웨덴은 인구 1000만명 소국이지만 연이어 초대형 유니콘 기업을 배출하는 기적을 일구고 있다.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선두 주자로 시가 총액 8조원을 상회하는 '스포티파이', 마이크로소프트가 2011년 9조원 가까운 금액에 인수한 '스카이프', 2014년 2조5000원에 인수된 게임 업체 '마종', 블리자드에 6조원에 매각된 캔디크러쉬로 잘 알려진 게임업체 '킹' 등이 모두 스웨덴에서 창업한 기업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클라르나는 기업 가치 2조7000억원의 유니콘 핀테크 기업으로, 스웨덴 혁신 기업 성공 신화를 이어 가고 있다. 클라르나는 스웨덴어로 '정산하다'라는 말로, 전자상거래 대금 지급의 혁신을 가져왔다.

우리나라에서 전자상거래로 구매하는 고객은 이해하기 어려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인증서를 비롯해 숱한 보안 솔루션을 작동하고, 안심 결제라는 이름 아래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

때로는 오류로 인해 쇼핑을 포기하게 만든다. 포기되는 쇼핑 카트는 소비자에게는 시간 낭비이고 판매자에게는 매출 손실이다.

많은 고객은 신용카드를 통해 구매한다. 판매자에게는 큰 비용을 수반하는 지불결제 시스템이다. 카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고, 카드사로부터 대금을 돌려받는 기간도 길다.

클라르나는 양쪽의 불편함을 해결했다. 고객이 클라르나 계좌로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식별번호와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구매 물품에 대한 지급을 클라르나가 대신해 준다. 물건을 받고 나서 클라르나 청구서가 도착하면 14일 이내에 지급하면 된다.

은행계좌 번호나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도, 복잡한 보안 솔루션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대금 지불 절차 자체가 생략된다. 이자 없이 물품을 받고 나서 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사기에 노출될 위험도 없다. 청구서를 받고 나서 고객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신용카드, 직불카드, 온라인 송금 등 다양한 방법으로 클라르나에 지불할 수 있다. 한마디로 클라르나는 '신용카드 없는 신용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자는 다양한 지불 수단을 받아 주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판매 시점에 클라르나가 바로 선지급해 주기 때문에 카드 결제가 정산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신용카드보다 유리한 조건이어서 판매자는 카드 수수료 대신 클라르나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자금이 부족한 고객에게 클라나는 할부 금융이나 융자를 제공해서 이자를 받는다.

이러한 혁신은 공공 데이터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가 아이디 번호로 주소를 자동으로 가져오고, 이를 곧바로 전자상거래에 활용하게 했다. 반면에 클라르나의 선지급 서비스를 이용하고 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는 고객은 신용평가에 바로 반영된다. 규제의 품질이 창업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보여 주는 사례다.

클라르나는 2005년 세 명의 젊은이가 스톡홀름경제대의 창업 경진대회에 아이디어로 참여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래도 창업을 감행했다. 엔젤투자자인 제인 왈러루드가 참여하면서 이들의 아이디어를 구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래머를 연결해 줬다.

2007년 이들은 곧바로 스웨덴을 넘어 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2010년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도 제공했다. 2010년 미국 세쿼이아 캐피털 투자 유치에 성공한 후 주요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2017년 미국에 상륙했다.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혁신성과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어디서 만들어지든 유니콘이 될 수 있다. 정보 보호와 공공 데이터 활용, 벤처 금융의 생태계 역할, 규제 기관 수준이 창업에 왜 중요한지도 스웨덴 유니콘 성공 신화는 보여 주고 있다.

[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22>'신용카드' 위협하는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