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88>10기가인터넷

KT가 11월 1일부터 10기가인터넷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빠른 인터넷, 왜 필요할까요?
KT가 11월 1일부터 10기가인터넷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빠른 인터넷, 왜 필요할까요?

“우리 집은 기가인터넷도 없는데 벌써 10기가인터넷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벌써 10기가인터넷 시대가 열립니다. 한국 사람이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모두 깜짝 놀란다고 하죠. 한쪽은 외국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다른 쪽은 한국이 너무 빨라서 놀란다는 겁니다.

'속도만 빨라서 뭐하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덕분에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대접도 받고 해외 기업이 한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하지요. 휴대폰, PC 기업이 해외보다 먼저 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요.

물론 국민 인터넷 생활이 편리해지는 건 기본입니다. KT는 1일부터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고 SK브로드밴드는 이달 중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를 보장하는 10기가인터넷이 열어갈 세상이 어떨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Q:10기가인터넷이 뭔가요?

A:10기가인터넷은 말 그대로 최고 속도 10Gbps를 자랑하는 초고속인터넷 상품입니다. 현존 가장 빠른 기가인터넷(1Gbps)보다 10배 빠른 인터넷이죠. 2014년 10월 기가인터넷을 상용화한 지 꼭 4년 만의 일입니다.

10기가인터넷은 동영상 시대에 적합한 기술입니다. 동영상이 문자나 사진보다 데이터 용량이 훨씬 크다는 건 잘 아시죠? 문자나 사진은 기껏해야 메가바이트(MB) 단위지만 동영상은 수백MB부터 수십 기가바이트(GB)에 달합니다. 화질이 좋을수록 용량이 큰 건 물론입니다.

현존 동영상 가운데 가장 화질이 좋은 초고화질(UHD) 영화 한 편이 33GB 정도 되는데요. 일반 100Mbps 인터넷으로는 45분이 걸려야 내려받을 수 있지만 10기가인터넷으로는 30초면 가능합니다. 거기다 10기가인터넷은 와이파이 속도가 최고 1.7Gbps로 웬만한 유선인터넷보다 훨씬 빠릅니다. 동시 접속할 수 있는 PC 대수도 기존 두 대에서 다섯 대로 늘어난다고 하니 온가족이 쓸 수 있겠죠.

Q:왜 하나요?

A:메가인터넷(100Mbps)으로도 충분하다는 분들이 많고 1기가인터넷, 2.5기가인터넷, 5기가인터넷 등 다양한 상품이 있습니다. '10기가인터넷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을 텐데요. 이를 이해하려면 시각을 좀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10기가인터넷을 보고 있습니다.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를 구축해 ICT 산업 전반에서 혁명적 진보를 이루겠다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유선에서는 10기가인터넷, 무선에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국 곳곳에 사물인터넷(IoT) 망을 촘촘하게 깐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사람 신경망을 본따 중추신경(10기가인터넷·5G)과 말초신경(IoT)을 전국에 구축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전국에 깔린 초연결 지능형 네트워크 위에서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공장자동화가 이뤄지는 등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겁니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로,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내년 상용화하는 5G를 위해서도 10기가인터넷이 필요합니다. 5G는 무선이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대부분 구간은 유선을 사용합니다. 10기가인터넷망이 깔리면 공유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Q:남은 과제는 뭐가 있나요?

A: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 10기가인터넷 커버리지 50%(85개시 기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통신사와 함께 2016년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올해는 상용화 촉진사업도 진행했습니다. 현재 KT 기가인터넷 이용률이 자사 인터넷 가입자의 55%에 해당하는데요, 이걸 보면 10기가인터넷도 생각보다 빨리 보급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렇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습니다. 우선 가격인데요. 10기가인터넷 이용료는 월 11만원에 달합니다. 3년 약정을 하고 이동전화 등과 결합할인을 받아도 7만7000원입니다. 빠르고 편리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빨리 10기가인터넷이 널리 퍼져 가격이 떨어져야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 같습니다. 장비 국산화율을 높이면 가격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기가인터넷 장비 국산화율을 2022년까지 90%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10기가인터넷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려면 콘텐츠도 많아져야 합니다. 그렇게 빠른 속도가 필요할 만한 서비스가 없다면 누가 이용하겠습니까? 10기가인터넷이 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할 만한 동영상이나 게임, 사물인터넷 등이 나와줘야 하겠죠.

우리보다 먼저 10기가인터넷을 상용화한 일본은 가격이 내리면서 대중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2015년 6월 처음 서비스를 내놓고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중입니다. 요금은 6만5000원 정도로 우리보다 저렴하죠. 우리도 보급이 확산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10기가인터넷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관련도서>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88>10기가인터넷

◇'인터넷' 이재현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인 저자가 2013년 펴낸 인터넷 안내서다. 140쪽으로 얇고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 중고생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인터넷 개념부터 인터넷 역사, 인터넷 온라인 삶, 인터넷과 가상 공동체, 온라인게임, 사이버 문화, 사이버펑크, 웹 민주주의, 모바일 인터넷 등 인터넷 환경 전반을 다뤘다. 인터넷 관련 교양을 쌓기에 가장 알맞은 책이다.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88>10기가인터넷

◇'인터넷 없이도 말짱히 해가 뜨다니!' 소피 리갈 굴라르 지음. 씨드북 펴냄.

청소년 도서를 주로 펴내는 프랑스 작가가 쓴 '가족과 인터넷 중독' 이야기다. 열다섯 살 에밀리는 페이스북에 푹 빠졌으며, 열여덟 살 앙브루아즈는 인터넷 게임광이다. 부모님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마침내 중대 결심을 한 부모는 보름 간 인터넷이 없는 깊은 산속으로 휴가를 떠난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인터넷이 없는 세계에 떨어진 에밀리가 쓰는 보름 동안의 일기가 흥미롭다. 프랑스나 한국이나 '인터넷 중독'은 심각한 모양이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