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특허 5강 코리아!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ET단상]특허 5강 코리아!

국제도시를 표방하는 인천시 송도에서 외국인이나 외국기를 마주치게 되는 것은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유엔 산하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포함한 15개 국제기구가 소재해 있고, 외국인 직접투자도 우리나라의 여러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둘째 주 송도 컨벤시아 대로에 게양된 국기들 사이에 일반인에게는 무척 낯설어 보일 법한 문양의 깃발들이 함께 휘날리고 있었다. 바로 세계 특허의 85%를 처리하는 한국·미국·중국·유럽연합(EU)·일본 특허청의 로고들과 이들 5대 국가 특허청 협의체인 지식재산권(IP)5 청장회의의 인천 송도 개최를 기념하는 'IP5 2019 Korea'가 새겨진 깃발들이었다. 세계 4대 강국의 특허청 로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나부끼고 있는 한국 특허청의 상징을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보고 있으니 세계 4위 특허출원 대국인 한국의 위상이 새삼 느껴졌다.

IP5는 2007년에 출범했다. 2015년 기준 S&P500 기업이 가진 시장 가치의 87%가 특허, 상표, 디자인 등 지식 기반의 무형자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곱씹어 본다면 한국이 IP5의 일원이 된 것은 자랑스럽고 다행스런 일이다. 한국의 IP5 가입은 치열한 산업화 과정을 한국이 잘 치러낸 것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정이자 이미 현실로 다가온 지식 기반 경제 시대를 잘 대처해 나갈 수 있게 도와줄 가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의미를 띠기 때문이다.

한국이 의장을 맡은 올해 IP5 회의에서는 중요한 성과가 많이 수확됐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응해 글로벌 특허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기로 한다는 내용의 '인천 IP5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미래의 국제 IP 지형을 IP5가 선도해 나가는데 중요한 진전을 이룬 성과였다. 신기술 대응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 출범 등 세부 조치 사항도 합의됨으로써 신기술과 관련한 IP5 협력의 로드맵이 본격 그려지게 됐다.

또 3D프린팅,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특허분류 방안을 국제지식재산기구(WIPO)를 통해 국제표준으로 채택한다는 합의도 있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분야에서 IP5 협력이 구체화한 결실을 맺고 있고, 이러한 결실을 국제표준으로 확산시킴으로써 세계특허제도 발전에 IP5가 공헌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의미 있는 토론들도 진행됐다. 특히 지식재산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필자의 의견에 다른 특허청장들도 크게 공감했다. EU 특허청장은 EU의 지식재산 집약 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2%, 고용의 39%를 각각 차지하고 있음에도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썩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IP5 차원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동 발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니 그 성과를 기대해 본다.

'경원(慶源)'이 인천을 일컫는 옛 이름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IP5회의 기간에 같은 이름의 연회장을 사용하면서 처음 알았다. '경사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이름 덕분인지 그 연회장에서 열린 환영 만찬도, 이어진 사흘 동안의 회의도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세계의 부(富) 대부분이 무형의 지식재산에서 창출되고, 앞으로 더욱 그러해질 것이니 특허와 같은 지식재산이 곧 미래의 경원 아닐까? 다른 자원이 대체로 마땅치 않은 우리나라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은 IP5의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크게 강조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박원주 특허청장 park.wonjo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