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79>혁신 헤이 찾기

알파벳. 대개 기원은 그리스 문자로 본다. 첫 자가 알파, 두 번째 자가 베타 아닌가. 물론 소수 의견도 있다. 히브리어 기원설 같은 것이다. 히브리 알파벳 첫 자는 알레프(Aleph), 두 번째는 베트(Bet)다. 일견 끄덕여지기도 한다.

이 히브리어엔 다른 독특한 구석도 있다. 각 철자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알레프는 황소다. 그러니 '강하다'란 의미도 있다. 그 가운데엔 헤이(Hay)라 불리는 철자도 있다. '흐'란 발음과 호흡, 숨결, 생명력이란 뜻을 나타낸다. 유대 이름 가운데 사래에 이 헤이를 한 자 붙이면 사라가 된다. 어찌 보면 예전보다 더 생명력 넘치는 사람이 되는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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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도 이 '헤이'에 해당하는 것이 있을까. 기업 경영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그 효과도 확연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래서 그런지 경영 구루마다 나름의 조언이 있다. ECSI 컨설팅의 알레산드로 디 피오레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그의 조언은 '비고객(非顧客)'에 있다.

이 주장이 역설인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첫째 내 고객이 아니면 대체로 고려 대상이 아니다. 둘째 비고객을 내 고객으로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에 가능만 하다면 고객은 몇 갑절 늘 수 있다.

디 피오레의 조언은 '먼저 보틀넥의 원인을 탐색에 보라'는 것이다. 네 가지 이유 가운데 적어도 하나가 있다.

첫째는 너무 비싼 가격 탓이다. 즉 지불 능력이 없다면 비고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둘째는 기능이다. 소비자가 해결하고자 하는 무언가에 미치지 못했다는 얘기다. 셋째는 불편함이다. 기능을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실망감을 말한다. 넷째는 정서다. 고객의 문화나 감정·심리상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일견 간단해 보이는 이 방법으로 성공한 기업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레나이다. 수영용품엔 내로라 하는 기업이지만 시장은 포화되고 있었다. 글로벌 스포츠용품 기업과 패션 기업이 호시탐탐 노리는 시장이었다. 뭔가 성장 돌파구가 필요했다.

누구나 아는 매력 만점의 비고객은 몇 번 수영장을 들른 초보자다. 이들은 일단 고객이 되면 애착을 보인다. 그럼 이들은 왜 수영을 포기했을까. 이들이 직면한 보틀넥은 뭘까. 아레나의 결론은 기능에 있었다. 이들을 위한 맞춤 제품이 거의 없었다.

초보에게 가장 큰 난제는 안정된 호흡이다. 호흡이 안 되면 재미는 차치하고 수영이 늘 수 없다. 잘못된 수영법의 원인이기도 했다.

아레나는 날개 모양의 간단한 플라스틱 부착물을 만들어 낸다. 고글에 끼워 넣으면 눈 밑으로 한 쌍의 날개 모양으로 생긴 부착물이 물을 밀어내게 돼 있었다.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쉴 수 있는 공간은 늘어나고, 게다가 물방울이 입이나 코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줬다. 머리와 몸을 지나치게 비틀지 않아도 숨을 쉴 수 있었다. 결국 바른 자세도 가능해졌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이 간단해 보이는 제품은 아레나에 잠재 시장을 보상으로 안겼다. 혁신 기업이라는 명성도 함께 왔다. 그동안 글로벌 메이저들만 누려 온 그런 명성을 아레나가 차지한 셈이었다.

이스라엘 전승에서 사래에 철자 하나를 더하여 사라로 이름을 바꾼 이는 얼마 후 첫 아이를 보게 됐다고 한다.

혁신에도 생명을 만드는 헤이가 있을까. 나만의 '혁신 헤이'를 한번 찾아보기로 하자. 디 피오레의 조언은 그 첫 발자국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