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사회적경제TF' 꾸린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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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에는 정신질환자를 케어하는 국립폐쇄병동이 없다. 70여곳 정신병원이 모두 폐쇄됐다. 대신 이곳 정신질환자는 모두 지역사회로 나와 본인 주거지역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는 정신질환자로 인한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오히려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치료·관리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사회적협동조합과 커뮤니티에서 이들 환자를 적극 포용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사례는 국립의료기관이 유일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정부 역할 못지않게 민간 영역에서의 사회 서비스 진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청와대가 최근 사회적경제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한 것은 민간의 사회적 서비스 시장 진출을 독려하고, 진출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이 제대로 안착해 성과를 내기 위해선 민간의 도움도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돌봄 서비스의 경우에도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고 해도 하루에 2~3시간 서비스만 가능하다”며 “24시간 케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선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해야 하고 민간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광명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 국제시니어케어협회 전문트레이너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몸 풀기 체조를 하는 모습.
<광명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 국제시니어케어협회 전문트레이너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몸 풀기 체조를 하는 모습.>

문제는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재원 마련. 공공서비스 특성상 민간에서 '공익성'과 '수익성'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다. 가령 '돈'으로만 접근하는 서비스제공자는 이른바 '돈 되는 사람'만 돌보려 한다.

결국 일정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민간에서 지속적인 사회 서비스를 해나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청와대는 민간에서도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담보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 금융 상품 개발 등 환경 조성에 힘쓴다.

청와대가 직접 방향키를 잡은 것은 사회적 경제가 '융합' 서비스기 때문이다. 그간 정부 내에서 사회적경제를 두고 경제와 사회 관련 부처 간 입장 차가 컸다. 경제 부처는 사회 서비스가 커지면 정부의 비용 지출이 많아지는 것을, 사회 부처는 공공성 훼손을 각각 우려했다. 청와대가 TF를 꾸린 것은 부처 간 입장을 조율해 사회적경제 중심추를 확고히 잡아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기업 관계자는 “사회적경제를 '융합 산업'으로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는 것은 물론, 민간과도 적극 소통해 사회 문제를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대응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