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첫발도 못 뗀 병원 자회사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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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요 클리닉 전경(자료: 메이요 클리닉 홈페이지)
<메이요 클리닉 전경(자료: 메이요 클리닉 홈페이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병원 자회사 설립과 기술 이전 등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달 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의료기관 자회사 및 산병협력단 설립이 골자인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일부개정안은 안건으로 다뤄질지도 불투명하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연구중심병원을 지정제에서 인증제로 전환하고, 병원 내 의료기술협력단을 꾸려서 자회사 설립과 기술사업화를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병원에서 개발한 기술과 특허를 이용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다시 병원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이 직접 산병협력단과 의료기술협력단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발표까지 하는 등 규제 개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1년이 지났지만 법은 논의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 시민단체는 병원 자회사 설립이 영리병원 허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법이 통과되면 기술지주회사와 영리회사인 자회사가 설립되면서 재벌에 의해 의료가 지배될 것이라며 폐기를 촉구했다. 이명수 의원실과 보건복지부는 국회 본회의 상정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 상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구중심병원 기술 실용화 성과
<연구중심병원 기술 실용화 성과>

우리나라 병원은 외부 투자 유치는 물론 기술 사업화가 불가능하다. 기술 사업화를 위한 자회사 설립이 어렵고, 자회사를 세웠다 하더라도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하지 못한다. 학교법인 소속 병원은 유일하게 대학 산학협력단 기술지주회사를 세워야 자회사 설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회사 수익이 병원이 아닌 대학으로 흘러간다. 이렇다 보니 좋은 기술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교수 개인의 창업에 그치거나 병원 차원에서 사업화를 포기한다. 국내 연구중심병원 열 곳의 기술 사업화 매출도 2016년 기준 55억원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마저 병원을 기술 사업화 산실로 육성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은 자회사 메이오클리닉 벤처스를 설립해 2016년 기준 특허출원 410건, 창업 136건, 기술이전료 수입 5400억원이라는 성과를 이뤘다. 존스홉킨스대 병원 자회사 존스홉킨스테크놀로지벤처스는 2016년 한 해에만 22개 회사를 창업했고,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중국은 투자개방형 병원을 허용해 연구개발(R&D) 역량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다.

이철희 중앙대병원 새병원건립추진단장은 14일 “미국은 자회사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수입을 거두고, 중국은 거대자본으로 R&D 역량 강화와 상장을 통해 성장을 이끌고 있다”면서 “우리는 규제에 발목 잡혀 유망 헬스케어 영역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해룡 고대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사업단장은 “환자 진료에 의존하던 병원이 R&D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한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면서 “병원 경쟁력 제고는 물론 개선된 의료 서비스와 기술은 환자에게 다시 돌아가지만 영리화 이슈에 발목 잡혀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