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78>2020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기대하는 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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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연초면 각 부처들을 긴장하게 하는 연례일정이 하나 있다. 바로 정부부처 업무보고다. 통상 대통령이 참석해 각 부처가 새해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 예산은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성과를 어느 정도 목표로 하는지 등을 보고받는 자리다.

그러니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장관들조차 관심과 노력을 쏟기 마련이다. 거기다 업무보고는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을 국민에게 선보인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전문가 중에는 국정과제 등 정부의 관심정책에 초점이 맞춰지거나 보고준비로 정작 시급한 업무가 밀릴 수 있다는 등 이유로 업무보고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절차가 정부가 국민의 바람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정책에 반영하려는지 보여준다는 면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실상 2020년 업무보고에 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듯하고, 새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된 상태여서 예년과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각 부처들도 성의를 다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올해 우리 사회와 경제를 둘러싼 내외부 요인들이 많았던 만큼 이번 업무보고의 중요성은 각별하다. 그런 만큼 정부는 이것을 준비하면서 몇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 뭐니 뭐니 해도 올 한 해 우리 사회·경제의 현안이 되었던 사안들을 하나하나 그 원인과 문제점을 철저히 진단하고, 그 바탕 위에 내년 업무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특히 연두 업무보고는 행정적 기능 뿐 아니라 대국민 소통이란 관점에서 그 의미가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우리 사회에 충격으로 다가왔던 일본과의 무역 갈등이나 '소부장' 같은 현안들도 지속 과제들과 병행해 그 극복 방안을 놓고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자세가 이번 업무보고에 고려돼야 할 한 가지가 아닐까 한다.

두 번째, 업무보고 방식에도 한번 변화를 모색해보는 것이다. 시각에 따라서는 형식을 바꿔 국민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으로 평가 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민간 참석자들에게도 개방하고 각 부처 장관이 부처별 주요 정책과제를 보고한 후 관련 부처를 포함해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열린 토론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2018년 업무보고에서도 유사한 경험이 있는 만큼 생소한 형식은 아닐 뿐 아니라 여러 국정과제위원회도 정착된 만큼 당시 보다 오히려 지금 더 의미 있게 운영할 것으로 기대된다. 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업무보고와 연계해 각계 의견을 사전 수렴하는 방식도 고려해 봄직하다.

세 번째, 전년도 업무보고의 추진 성과를 가늠하는 것이다. 실상 매년 중앙행정기관에 대해서는 정부 업무평가를 통해 추진 성과 및 목표달성도를 점검하고 있기는 하지만 업무보고에서는 한 해 동안의 수행 공과를 다루기보다는 과거와 비교해 차년도의 달성 목표를 제시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통령이 참석해 행해지는 업무보고의 성격을 생각할 때 부담스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만일 업무보고의 성격을 국민소통에 보다 방점을 둔다면 각 부처의 솔직한 진단은 소통의 대전제인 신뢰를 만드는데 긍정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 업무보고를 한 해 국정운영 계획을 놓고 국민과 정부가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가는 첫 만남으로 보아도 되지 않겠나 싶다. 자칫 굳어져 가는 업무보고라는 연례행사에 나름의 새 활력을 찾아줄 필요도 있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