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Views] 국가연구개발전략 대혁신해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4/20/news-p.v1.20260420.e577fd73818d402587724a44093a6910_P3.png)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양상은 '국제 과학기술 전쟁' 성격이 짙다. 과학기술 경쟁력은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대학들이 기술사업화 수익으로 수조원 기금을 축적하는 동안, 2025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 전체의 기술료 수입은 약 1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비영리 연구기관 전체를 합쳐도 미국 MIT 한 곳 수준에도 미달하는 실정이다. 기술 무역 적자도 현재 약 15조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는 세계 2위 수준(약 5.13%)이나, 투자 대비 성과 활용·확산 수준은 OECD 국가와 비교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제 연구개발이 경제적 가치(일자리·소득 창출 등)를 창출하고 국부를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전환이 시급하다.
R&D 투자가 일자리와 소득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창출, 권리화, 보호·관리, 활용(성과확산)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사이클마다 성과가 확대되는 '확대 재생산 선순환 사이클'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R&D 생태계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는 '성과확산'이다. '창출-성과확산'의 4단계가 단절 없이 연결·확산되도록 범정부 차원의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DX 및 AI 기반 연구개발 기획, 수행, 관리, 성과 분석 시스템 도입이 요구된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연구 데이터(DX)를 분석하여 시장성이 높은 성과를 사전에 선별하고, 각 단계가 단절 없이 이어지는 '연구개발성과 확산 고속도로'를 AX 기반으로 구축해야 한다.
연구성과 확산이 저조한 근본 원인은 시장성이 부족한 연구개발 구조에 있다. 시장이 요구하는 미래 유망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발굴하고, 이를 구성하는 기술 요소를 매트릭스로 구조화해 우리와 경쟁국 위치를 분석하는 '경영 소프트웨어 방식' 접근이 필요하다. DX 구축과 AI·AX 기술은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전 세계 특허와 기술 논문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술 공백을 도출하고, 부족한 기술을 자체 개발할지, 공동연구·M&A·기술도입을 통해 확보할지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선정한 반도체, AI-SW, 양자, 로봇 등 19개 국가전략기술은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자산이다. 이들 분야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매트릭스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반도체의 경우 소자·공정·가치사슬별 기술 요소를 세분화하고, 셀(Cell)별 경쟁력을 '초우위'부터 '극취약'까지 5단계로 평가해 맞춤형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AX 기반으로 전략기술 간 융합과 국내외 공동연구를 가속화해야 한다.
현대 기술은 단일 기관이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복잡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구기관 간 칸막이 문화와 연구 데이터 통합 DB 부재로 인해 최적의 협력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복연구를 방지하고 연구개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공동 연구용 DX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연구자 연구성과, 이력, 노하우, 발명 노트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AI가 프로젝트별 최적의 국내외 공동연구 파트너를 자동으로 매칭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엔비디아(NVIDIA)나 테슬라(Tesla)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출발점은 딥테크 스타트업이다. 우리나라도 약 35조원 규모 국가연구개발 투자를 기반으로 연구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하는 'S2S(Science to Startup)'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딥테크 스타트업은 성공까지 평균 16~17년이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이므로, 일반 창업과는 다른 국가 전략적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부처 간 정책을 일관된 방향으로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 구축이 필수다. 또 기술(특허) 신탁 허용, 대학 VC 설립, 현물출자 활성화, CVC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지원을 법·제도 차원에서 구체화해야 한다.
국가연구개발 투자는 국민 세금을 기반으로 하며, 국민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현재 국가 R&D는 부처별로 분산 추진되고 있어 방향성이 분산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국가 R&D와 딥테크 스타트업 정책을 통합적으로 기획·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 구축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적 의지에 그치지 않고, 법·제도 정비와 예산 확보 및 실행력 있는 집행이다. 연구실에 머물러 있는 성과가 시장에서 실질적 가치로 전환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허재관 연구개발사업화정책연구회장 gbo1196@gmail.com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