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교민 윤 모씨는 최근 기아차 '텔루라이드' 구매를 위해 딜러점을 방문했지만, 3개월 대기에다 5000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어 구매를 포기했다. 할 수 없이 같은 급의 '팰리세이드'를 구매하기 위해 현대차를 찾았지만, 이 역시도 5000달러의 프리미엄에 붙여 결국 포기했다. 집으로 돌아와 캘리포니아주 인근 네바다주, 유타주, 오레곤주 딜러점에 까지 전화를 돌려봤지만, 상황은 같았다. 윤씨는 22년 동안 미국에 살면서 현대·기아차에 5000달러 프리미엄이 붙은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13일 미국 현지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에 5000달러의 딜러 프리미엄 붙었다. 딜러 프리미엄은 자동차 딜러사의 가격정책에 따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때 차량 출고가 이외 별도로 지불하는 추가 비용이다. 고가의 스포츠카 등 한정판 모델에 주로 붙지만, 범용 차량에 프리미엄이 붙은 건 드문 일이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의 현지 가격은 각각 3만1500달러에서 4만4700달러, 3만1890달러에서 4만1790달러 수준이다. 결국 차량 출고가의 15% 가량을 더 지불해도 최소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윤 씨는 “텔루라이드를 선호하는 건 넉넉한 차체 크기와 주행보조기능, 4륜구동뿐 아니라 일본 렉서스 못지않은 마감 때문이다”며 “물량 여유가 생기는 올해 연말까지 신차 구매를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건 현대·기아차의 예상치보다 많은 수요가 몰리면서다. 실제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6월 미국 판매 시작한 후 7개월 만에 2만8736대를 판매됐고, 지난해 1월 현지 출시된 기아 텔루라이드도 5만8604대나 팔려나갔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팰리세이드를 출시 1년이 넘었지만 일반 물량 부족으로 렌터카나 법인 고객에는 팔지 못하는 실정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사장)은 “지난해 팰리세이드가 대형 SUV 세그먼트에서 4.5%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며 “재밌는 사실은 토요타 등 일본과 미국 회사 고객들이 팰리세이드를 통해 현대차 고객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자평했다.

2019년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전체 1.2% 감소한 반면 SUV, 픽업트럭 등 RV 판매는 2.8%나 성장했다. RV의 전체 비중 역시 2018년 69.1%에서 지난해 71.9%으로 증가했다. GM과 포드, FCA크라이슬러 미국 자동차 3사는 최근 세단형 차량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로스엔젤레스(미국)=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