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 구조조정' 팔짱 낀 국회…속타는 업계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최근 한국광물자원공사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광물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 통합을 담은 '한국광업공단법'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 이유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부채상환을 위해 다시 채권을 발행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광물공사 입장에서 신용도 하락은 뼈아프다. 궁여지책으로 '한국광업공단법'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1년 넘게 상임위에 계류되면서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광물자원공사 꼬브레파나마 프로젝트 건설현장.
광물자원공사 꼬브레파나마 프로젝트 건설현장.

27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한국광업공단법의 20대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총선을 앞둔 사실상 마지막 국회로 상임위에 계류된 광업공단법의 처리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안 폐기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권은 경찰개혁법안, 미세먼지저감특별법,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등 여야 간 합의가 있은 법제사법위원회 계류법안 정도만 최종 처리할 계획이다. 여당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에서 나머지 민생 법안이 처리되겠지만 현재 법사위에 있는 합의 법안 정도만 처리해도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총선 모드에 들어간 만큼 상임위 법안 처리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광업공단법은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을 합쳐 한국광업공단이라는 통합기관을 출범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기관 통합을 통해 광물공사의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대규모 부채로 인한 신설공단의 동반 부실화는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MB정부 시절 부실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최종 정리 작업의 의미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자원 개발 부실 논란에 대한 진단 및 대책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2017년 11월부터 해외자원개발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고, 이듬해 3월 TF 권고에 따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2018년 11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기관 통합을 위한 근거법으로 광업공단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 발의 후 야당은 물론 여당, 정부마저 뚜렷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현 정부가 탈원전과 함께 주요 에너지정책으로 추진한 자원 개발 구조조정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진단만 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지 못한 셈이다.

광업계는 해당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기관 통합 결론이 나지 않다 보니 그동안 공기업 역할이 중요하던 광산 및 자원 관련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최근 5년 동안 정부 지원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통합기관 출범을 통해 효율적인 광업정책과 지원 확대 등 시너지 효과를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방침대로 두 기관 통합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 법안 폐기를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고 20대 국회가 끝나더라도 새로 발의하거나 통합법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돼도 바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통합 시 양 기관 동반 부실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홍영표 의원실은 “상임위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달라 처리가 지연된 부분이 있다”면서 “21대 국회에 재발의돼도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통합기관 출범은 연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1대 국회에서 빠르게 처리돼도 공포 6개월 후 시행을 감안하면 시간적으로 해를 넘길 수밖에 없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