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평, 올해 최우선과제는 '에너지안전 혁신'

에너지 연구개발(R&D)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원장 임춘택)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에너지안전 혁신'을 꼽았다.

이번 정부 들어 활발해진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신기술의 급증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감축하며 국민 삶의 질 제고에 기여했다. 하지만 제천 전기화재,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고양 열수관 사고,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강릉 수소폭발사고와 전기화재 산불사고 같은 에너지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은 이러한 사고를 운영 미숙이나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근원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에기평이 주목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발생한 제천 전기화재다. 이 사고 수습과정에서 불법개조나 소방시설 미비 등 많은 문제가 부각됐지만 근원적으로 전기단락사고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9000여건 전기화재가 발생한다. 이 중 상당수가 전기단락에 의한 화재사고다. 전기문명이 시작된 지 1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대로 된 해법을 못 찾고 있는 실정이다. 에기평은 전기단락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과제를 기획하고 연구지원에 나섰다.

우선 에너지 R&D 전반에 걸쳐서 과제수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할 포괄 대책을 마련했다. 국내 연구관리 전담기관 최초로 사고발생 가능성에 따라 상중하로 과제를 분류해 관리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안전관리 기준이 '상'으로 분류된 과제는 안전전문가와 함께 연구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리 실태와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점검한다. 모든 에너지 과제는 사고유형별로 구분된 안전매뉴얼을 100% 구비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법률 공백으로 국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도 발견했다. 기존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은 실내 실험실 연구자 보호를 위한 것이다. 문제는 에너지 시설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이 실외에서 연구 수행 중 발생한 사고를 예방할 법률이 없다는 것이다. 에기평이 '사회안전 연구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이유다.

산업부는 에기평 건의를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에너지기술 실증연구 평가관리 지침, 12월에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운영요령과 평가관리 지침을 개정했다. 적극적으로 모든 연구과제의 안전관리를 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된 것이다. 에기평은 에너지안전PD도 둘 예정이다. 현재 초빙공고를 진행 중으로 에너지안전기획 최고 전문가를 채용할 예정이다.

에기평은 에너지 분야 과제계획서 양식도 대폭 바꿨다. 지난 수십 년간 연구개발 목표가 기술성·경제성 중심이었는데 시대 변화를 반영해 안전성·환경성·사회성·사업성이 포함된다. 에너지 안전과 환경에 대한 기여와 사회적 가치창출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안전관리계획이 부실한 기관은 과제수행자로 선정되지 못 한다. 과제 수행 중에도 정기적으로 안전조치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하며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경우에는 전기·가스안전공사 점검을 받아야 한다. 과제 종료 후에도 안전조치 이행결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실증형 과제는 실증과정 위험성평가를 매년 필수적으로 받도록 규정했다.

에기평은 올해 전기·가스·열·원자력·화력발전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예방을 위해 ESS 화재방지, 수소안전확보 등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며 획기적으로 에너지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는 과제를 늘릴 계획이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