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CES 2020에서 느낀 IT 집중화와 분권화에 대한 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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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2019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2020년 CES에 참가하면서 행사에 참가한 창업 기업이 기술 변화에서의 집중화와 분권화 패러다임이 여러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규황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연규황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컴퓨터가 일반 개인에 폭넓게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업 컴퓨터 보급 혁명이 급속히 일던 시절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는 IBM 메인프레임 시대였다. 당시 컴퓨터는 일반인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럼 1980년대는 어떤 시기인가. 미국의 많은 기업이 대내외 수요와 자본력, 혁신을 바탕으로 하여 세계로 뻗어 나갈 때였다.

1960~1970년대 미국 기업은 기업 운영 정보를 쳐내는 역할을 회사 한쪽 구석에 자리한 메인프레임이 맡았다. 그러나 메인프레임 컴퓨터는 너무 비쌌고, 우수 인재만 다뤘다. 컴퓨터 자원이 매우 희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희소한 것은 경제법칙이 적용돼 관리되며, 최대한 생산 및 효율화돼야 했다. 이 시기에 기업 조직은 엄청난 미국 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매우 집중되고 통제된 방법으로 운영돼야 했다. 메인프레임은 이 같은 중앙 집중형 기업 조직에 영양분을 나르는 정보의 동맥 역할을 담당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 1980년대 이후 독보하는 메인프레임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미국 다국적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율 의사결정권, 유연한 조직 구조와 현지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컴퓨터 자원이 필요했다.

우연 또는 필연을 계기로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의 분산형 컴퓨팅 아키텍처가 고안됐고, 이 같은 해외 지점망을 연결해 정보를 관리하는 시대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 클라이언트-서버 분산 처리 기술은 정점을 기록하며 메인프레임 컴퓨터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분산형 컴퓨팅은 급변하는 외부 환경과 조직을 유연하게 지원하기 위해 중복과 유휴 자원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 분산 기술은 1990년대부터 소개되는 인터넷 통신망과 근거리통신망(LAN), 광대역통신망(WAN) 등과 결합돼 2000년대 후반까지 주요 컴퓨터 자원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중복과 유휴 자원을 허용하는 분산 처리 컴퓨팅 패러다임은 다시 기업 IT비용 절감 압박과 수요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출현시켰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유연하게 컴퓨팅 자원을 필요에 따라 늘리고 줄일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자원 집중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은 절감하고 가용 자원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오늘날 전통의 정부, 은행이나 공공기관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소규모 기업과 엄청난 데이터 자원 처리는 아마존이나 구글 클라우드 같은 외부 플랫폼에서 처리되고 있다. 많은 수요자가 구독 경제 모델을 통해 만족하는 컴퓨터 기술이 다시 집중화를 통해 제시된 것이다.

이제 2020년 이후는 다시 컴퓨팅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에서 생성하고 있는 엄청난 기초정보 처리 요구는 컴퓨터 자원의 제2 분산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동영상과 사진, 소리, 음악 등 엄청난 비정형화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요는 기존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컴퓨팅 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엔비디아 AI 칩 등장도 그런 이유에서다.

블록체인 기술 등장도 현재 컴퓨터 보안 구조의 취약점인 중앙 집중식 보안 체계를 분산화, 근본 처방을 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은 데이터 양과 질을 근간으로 하는 산업의 체질 변화다. 5G와 하이퍼커넥티비티가 데이터 양을 늘리는 고속도로에 해당한다면 새로운 분권화 기술로 꼽히는 에지컴퓨팅과 블록체인은 데이터 처리 및 전달 효율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 CES와 지난해 MWC에 참가한 우리 기업의 경우 5G와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 후자 관련 핵심 기술을 갖춘 IT 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려운 상황에도 미래 신산업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관련 기술의 창업을 지속해서 유도, 신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도 관련 시장 창출을 위한 노력을 멈추면 안 된다.

연규황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kyeon@cce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