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코로나19 영향 올해 상반기 대면회의 일괄 취소...국제표준 제정 시계 느려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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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을 선언하면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올해 상반기 275개에 이르는 국제표준회의를 일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ISO는 회의를 하반기로 연기하거나 영상회의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첨예한 기술 표준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영상회의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국제표준 39종을 선점하겠다는 정부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ISO는 지난 11일 각 국에 공문을 보내 오는 6월 30일까지 국제표준회의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ISO가 취소한 회의는 275개에 달한다. ISO는 6월 30일 이후로 회의를 연기하거나 영상회의를 개최해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와 표준전문가는 ISO가 올해 상반기 국제표준 제정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첨예한 기술 사안을 논하는 기술위원회(TC) 회의는 화상으로 개최하기엔 한계가 있다.

인원이 100명을 초과하는 위원회는 회의를 하반기로 연기해야 한다. ISO는 '줌(ZOOM)'을 활용해 영상회의를 개최할 것을 권고했는데, 줌은 최대 회의 참석 인원을 100명까지 지원한다.

국표원 관계자는 “특히 기술위원회는 예민한 기술 쟁점을 논의하는 사례가 많아 영상회의로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각국 시차도 달라 영상회의를 온전히 개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와 표준 전문가들은 ISO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국제표준 제정 절차가 전반적으로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표준이 제정되려면 각 분과위원회별 P멤버(정회원) 투표권이 중요하다.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서 정회원을 설득하는 작업을 국제표준회의 기간에 수행해야 하지만 영상회의에서는 이같은 비공식 접촉이 불가능하다.

ISO와 함께 양대 국제표준기구로 꼽히는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현재 국제표준 회의 개최 여부를 분과위원장이나 의장국 판단에 위임하고 있다. 아직 추가 권고를 하지 않았다. 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ISO와 비슷한 수순을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가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국제표준 선점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내구성 측정방법 등 국제표준 39종을 선점한다는 목표로 내세웠다. 국제표준회의도 국내에서 30건 개최할 예정이었다.

국표원 관계자는 “ISO 국제표준회의를 화상회의로 열지 연기할지 여부는 각 위원회 의장 등 판단에 따라야 한다”면서 “국내 개최 회의를 어떻게 대응할지 우리가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