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농림위성과 빅데이터로 지능형 산림재해 대응 실현

[ET단상]농림위성과 빅데이터로 지능형 산림재해 대응 실현

최근 개봉한 영화 천문의 부제는 '하늘에 묻는다' 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계절의 변화,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를 예측하고자 한 시도는 계속됐다. 전래 동화인 '달나라 옥토끼'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역시 가 보지 못한 우주에 대한 동경과 상상력이 잘 나타나 있다.

이제는 우주에서 지구를 관찰하는 시대다. 기상위성을 이용해 지구 환경과 기후를 수백㎞ 단위로 관측하고, 정찰위성을 이용해 지구 곳곳의 주요 시설들을 수십㎝ 단위까지 세밀하게 관측하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미 10여년 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거대과학기술'이라는 보고서에서 우주 개발, 핵융합, 입자가속기 등과 더불어 지구관측을 5대 거대과학 분야의 하나로 선정했다. 이는 지구관측 분야가 신산업 창출은 물론 기후변화, 환경, 질병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가 가능한 기술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넓은 산림에서 발생되는 산불, 산사태, 병해충 등 산림재해를 체계화해서 관리하기 위해서는 광역성과 적시성이 보장된 효율 시스템 구축이 필수다. 매년 평균 440건의 산불로 인해 산림 857ha가 불에 타고 있다. 앞으로 지능형 지구관측 체계 기반의 산림재해 대응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기후변화에 따라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산불에 효율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산림청은 농촌진흥청과 함께 2015년 산림과 농작물 모니터링을 위한 인공위성의 필요성을 제기, 2023년 발사를 목표로 차세대 중형 위성인 농림위성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 위성은 1∼3일 주기로 전국 산림을 5m 해상도로 모니터링한다. 5개 센서 정보를 통해 산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물학 변화를 인공지능(AI)과 연계해 건조 상태나 건강 상태 등을 파악, 산불 및 병충해 위험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지구관측 정보는 지상 센서와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지상에서는 전국 313곳의 산악기상 관측망에서 측정된 온도, 습도 등의 정보와 8개 플럭스타워에서 수집되는 미기상정보가 위성 및 드론 등을 이용한 지구관측 정보에 더해지게 된다. 이렇듯 농림위성에서 수신되는 위성 정보와 지상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정보에 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더한다면 산사태 사전 예측이 더 정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산림 현장에서는 농림위성에서 수신되는 대용량의 위성 정보와 다양한 지상센서로부터 수집되는 정보를 융합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을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임상도, 국가산림자원조사(NFI), 산림시업정보 등 다양한 지상정보와 융합·분석·활용하는 산림 빅데이터 사이언스 중심의 혁신 성장도 준비해야 한다.

이번 농림위성 개발에 맞춰 지능형 지구관측 체계 기반의 산림재해 대응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국민 생명과 소중한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는 하늘에 물어보지 않고도 지구를 직접 관측하고 정보를 수집·분석,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환경이 되는 날이 한발 더 가까워진 듯하다.

박종호 산림청장 jhp61@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