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 박사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대통령 코드 <6>존 F 케네디-이미지와 환상

영화 더 록(The Rock)의 마지막 장면이다.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가 임무를 완성한 뒤 약혼녀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어느 시골마을 성당에서 황급히 빠져나오는 주인공 뒤에서 목사가 외친다. “거기 서!” 주인공은 차 안에서 훔쳐온 마이크로필름을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당신, 누가 JFK를 죽였는지 알아?”

[박선경 박사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대통령 코드 <6>존 F 케네디-이미지와 환상

1963년 11월 22일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는 텍사스주 댈러스로 가던 중 피살됐다.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한 날짜는 고작 1037일이었다. 케네디 암살을 두고 각종 음모론이 나돌았다. 쿠바, 소련 개입설, CIA 배후설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승인으로 케네디 암살 관련 기밀문서 2800여건이 공개됐다. '오스왈드 단독 범행이며 배후는 없다' 진실이 세상을 불편하게 한다면 미스터리로 남을 수밖에.

1960년 9월 26일. 미국 시카고 CBS 스튜디오에서 최초의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열렸다. 정치 신인 케네디와 부통령 출신인 리처드 닉슨의 대결이다. 30%가 넘는 국민이 TV 앞에 앉았다. 유권자들은 정책대결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이미지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TV토론은 이미지가 이성적 판단과 분별에 우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했다. 미국인들은 무명이었던 존 F 케네디를 선택했다.

케네디는 사회자, 패널, 닉슨이 어떤 질문을 하든지 신경 쓰지 않았다. 케네디는 TV에 비쳐질 자신의 이미지에 집중했다. 케네디는 발을 꼬고 앉았다가 발언 순서가 돌아오면 당당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봤다.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닉슨은 무릎 통증을 걱정했다. 무릎 수술로 2주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다. '짝다리'로 선 어정쩡한 모습은 영락없이 자신감 잃은 노인네 모습이었다. 눈 밑 지방주머니가 도드라져 피로해 보였다. 헤어스타일에서도 차이가 났다. 머리숱이 많은 케네디에 비해 닉슨은 M자형 탈모가 도드라졌다. 카메라는 둘의 모습을 반복해서 비추었다. 케네디가 닉슨보다 훨씬 어리게 보였다. 고작 4년 차이일 뿐이었다. 여성 유권자들이 특히 케네디에 열광했다.

기선을 잡은 건 케네디였다. 닉슨을 선제 공격했다. 오프닝에서 국내 정책과 해외 정책은 분리해서 고려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닉슨은 얼떨결에 케네디 정책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닉슨의 당황한 기색을 카메라가 놓칠 리 없었다. 둘의 토론은 라디오방송으로도 송출됐다. 라디오 청취자들은 닉슨에게 점수를 주었으나 결과는 케네디 승리였다. 토론의 달인으로 알려진 닉슨이 TV매체 선거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닉슨은 개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다음 대통령은 케네디가 당선된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다.” 존 F. 케네디가 내건 대선 슬로건은 '새로운 개척자'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케네디를 국민은 '진보의 아이콘'이라 부르며 그를 35대 미국 최연소 대통령에 올렸다.
캐서린 하킴(Catherine Hakim) 런던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모든 것이 자본이라는 '매력자본' 개념을 내놓았다. 타인과 사회 구성원들에게 호감을 느끼게 하는 신체, 사회적 매력을 매력자본이라 규정했다. 아름다운 외모와 건강한 몸, 능란한 사교술, 유머, 패션, 대화테크닉 모두 매력자본에 속한다. 매력자본이 많은 사람이 최소 15% 유리하다는 평가다. 끌리는 힘이다. 이미지는 환상이자 자신이 그리고 싶은 욕망이란 걸, 젊고 잘생긴 하버드대 출신의 부잣집 아들 케네디는 알고 있었을까.

[박선경 박사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3]대통령 코드 <6>존 F 케네디-이미지와 환상

박선경 남서울대 겸임교수 ssonn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