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SK이노 조기패소 판결문 공개 "고의적 문서 삭제, 법적 제재 마땅"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이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로부터 조기패소 판결을 받은 구체적인 이유가 공개됐다.

20일(현지시간) ITC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된 판결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증거인멸 행위와 ITC 포렌식 명령을 위반했다.

ITC 판결문 일부
ITC 판결문 일부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4월 9일부터 증거보존의무가 발생했다. 이날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침해 우려를 담은 내용증명경고공문을 보낸 시점이다.

ITC는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관련된 문서 상당량을 고의적으로 삭제하거나 삭제 대상으로 삼았음이 명백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전직자 PC 휴지통에 저장돼 있던 엑셀 시트에는 LG화학 관련 삭제대상 980개 파일 리스트가 나열돼 있었다.

ITC는 또 SK이노베이션이 정식 소송이 시작된 시점(2019년 4월 30일)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문서를 삭제하거나 혹은 삭제되도록 방관했다고 적시했다.

ITC는 증거인멸 외에도 포렌식 명령을 위반해 법정을 모독했다고 꼬집었다. 이의 제기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명령과 다르게 조사범위를 제한했다면서 이는 부당한 법정모독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ITC는 “증거보존의무가 있는 상황에서도 문서 상당량을 고의적으로 삭제하고 포렌식 명령도 위반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뿐”이라고 강조했다.

ITC 조기패소 판결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나왔다. 이는 최종 선고 전 예비결정 성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 판결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ITC는 내달 17일까지 이의신청 검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ITC가 검토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오는 10월 5일까지 미국 관세법 337조 위반 여부와 수입금지 등의 조치를 결정하게 된다.
검토 신청을 거부하면 관세법 337조 위반 사실은 그대로 인정되고 10월까지는 관련 조치와 공탁금에 대한 최종결정만 내린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CI. [사진= 각사 제공]
LG화학, SK이노베이션 CI. [사진= 각사 제공]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