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110>위험을 낮추는 행위가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원래 가장 원초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은 나의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위험의 세부 내용이 명확히 규정되고 나면 해당 위험의 가치 내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가격이 결정됐다면 이는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있는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보험이 여기에 해당한다. 많은 개인 내지 기업은 화재로 인한 손실 등을 보존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 개인은 신체적 손상으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건강보험에 가입하며, 기업은 종업원의 신체적 손상으로 인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산재보험에 가입한다.

이러한 일련의 내용은 결국 위험을 사고파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내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혹은 기업활동 중에서 직면하는 여러 위험은 보험상품화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욱 많다. 때문에 많은 기업은 직면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교묘한 전략 전술을 구사한다.

다만 위험을 낮추기 위한 행위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일례로 많은 기업은 자사 제품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판매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및 할인마트 등 외부 판매망을 활용하고자 한다. 특히 자체적인 판매망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 과정에서 큰 낭패를 보는 회사가 종종 있다. 자사가 직접 관리 운영하는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더욱 싼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제값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체인점 내지 판매점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보다 폭넓은 판매망을 구축하려다 오히려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판매망마저 잃어버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재고 역시 기업의 커다란 위험요인이다. 통상적으로는 소매점에서 판매하지 못한 물건을 회수해 주거나 재고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소매점 내지 판매처에 재고를 떠넘길 수도 있다.

일견 두 가지 방법 중에는 소매점에 재고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 훨씬 좋은 방안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소매처 입장에서는 어떤 회사의 물건을 받아 판매할지 고민할 때, 자신에게 재고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물건만을 선호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재고보다 더 중요한 문제인 거래처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대출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안전성 높은 분야에만 대출을 수행하고 있는 은행이 있다면, 해당 은행 역시 위험을 줄이려다 오히려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많은 예금자 고객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자의 경우에는 이왕 예금한 거 조금이라도 이자를 많이 주는 곳에 계좌를 개설하고 싶을 것이다. 예금자보호제도로 인해 예금 원금에 대해서는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한 투자만을 수행해서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안정성 높은 은행은 예금자를 모집하기 어렵다. 저위험 저수익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 위험을 떠 앉으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해 왔던 은행이 있다면 해당 은행은 예금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 결국 위험 회피만을 추구했던 은행은 예금자들이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은행으로 몰려 도태될 수 있는 것이다.

수영을 하다가 익사할 위험이 두렵다면 아예 수영을 하지 않으면 된다. 밤에 산책을 하다 강도를 만날까 두려울 경우 아예 밤에 집 밖에 나가지 않으면 된다. 주식에 투자해서 손실을 볼까 두려울 경우 주식 투자를 안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모든 경제 활동을 이러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결국 위험관리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