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비난받을 '승리', 조롱받을 '패배'

[프리즘]비난받을 '승리', 조롱받을 '패배'

제21대 총선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새로운 국민대표 300인에 포함된 승자에겐 축하를, 패자에겐 위로를 전한다. 어느 때보다 혼란스런 시기에 치열하게 펼쳐진 역대급 선거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은 66.2%의 높은 투표율로 화답했다.

거대 양당의 전략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비례위성정당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은 '공룡 여당'이 됐다. 미래통합당은 패했지만 '개헌 저지선'을 지켜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염치 불고한 선택에 연동형비례제는 산산조각이 났다. 원하는 바를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는 뻔뻔함이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창피함은 아는지 그들은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관성이고 습관이다. 초유의 동물국회, 지지 단체를 동원한 국회 점거, 비공식 협의체의 입법 강행, 무더기 필리버스터, 쪼개기 국회까지 정공법은 없고 편법만 난무했다. “저들이 그러니 우리도 이럴 수밖에” “예전에도 그랬다”라는 핑계가 국민대표 입에서 나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비례위성정당은 '신의 한 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악수'다. 비례대표는 소선거구제에서 사표(死票)의 의미를 살리고, 전문가와 사회적 약자의 국회 입성을 위한 장치다. 취지는 사라졌고, 거대 정당의 세 불리기에 악용됐다. 국회의 문을 넓히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그들만의 리그를 키우는 꼴이 됐다.

연동형비례제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지금의 주장도 그 결과가 만족스러울지 의심스럽다. 적어도 그들에게 비례위성정당은 선거 승리에 있어 성공한 정치 공학이자 비즈니스 모델이다. 오히려 하나의 문제를 고치면서 두 개의 꼼수가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편법에는 편법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그러니 이쯤에서 축하와 위로는 취소한다. 창피함을 외면하고 승리만을 좇은 그 욕심에 비난과 조롱을 보낸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