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의 중요성'…버슘 DPT공장 화재 사고로 반도체 생산 차질 생길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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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국내 반도체 업계가 간담을 쓸어내릴 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버슘머트리얼즈 공장에서 화재가 난 것이다. 화학적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몇몇 직원이 부상을 입었고, 정제설비 손상 등 소방당국 추산 기준으로 약 22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경미한 부상에 그쳐 다행이었지만, 자칫 화재가 더 크게 번졌다면 국내 반도체 생산에 적잖은 차질이 생길 뻔 했다. 버슘머트리얼즈가 이 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은 'DPT(Double Patterning Tech)'로 반도체 생산 핵심 소재였기 때문이다.

DPT는 미세공정을 위한 재료다. 20나노(㎚) 이하 미세공정은 이머전(immersion) 리소그라피 노광 방식으로는 완벽한 회로 형성이 어려워 두 번에 나눠 노광을 하는 더블 패터닝 공정을 활용한다. 그리고 이 공정에 필요한 패터닝용 핵심 재료가 바로 DPT다.

DPT는 미세회로를 구현하는 더블패터닝공정에 쓰이는 소재다.(사진: ASML)
<DPT는 미세회로를 구현하는 더블패터닝공정에 쓰이는 소재다.(사진: ASML)>

버슘머트리얼즈는 미세패턴 구현의 핵심 재료인 DPT 시장을 선도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가 필요한 DPT 물량의 절반 이상을 버슘머트리얼즈가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를 국내 업체인 디엔에프와 한솔케미칼이 나눠 납품 중이다.

만약 버슘이 절대량을 공급하는 상태에서 공장이 멈춰서는 사고가 나고, 국산화 및 다변화가 없었다면 곧바로 반도체 생산 차질로 이어졌을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로 양산 라인에 파티클 이슈와 같은 피해가 생겼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버슘머트리얼즈는 사고는 정제 시설에서 발생했으며, 정제 시설과 양산 라인은 방화벽 등으로 분리돼 DPT 생산 및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초정밀 생산 과정을 거쳐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다른 생산시설에서 만든 소재나 부품을 곧바로 투입하지 못한다. 또 생산라인 적용을 위해 성능 및 품질 평가가 필수인데, 이 기간이 오래 걸려 사고 후 대체재를 마련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특히 반도체 팹을 잠깐이라도 멈추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보다 공급망관리(SCM)가 중요하고 민감한 이유다.

지난해 7월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 업계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일본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불화수소·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들 모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들인 데다, 국산화가 덜 돼 있던 품목이었다. 일본 정부는 의존도가 높은 것을 알고 한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 소재를 무기화했다.

그러나 이들 소재는 우리 정부와 반도체 업계가 미리 준비하고 신속히 대응한 결과 현재는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능력 확대, 관련 해외투자 유치 등을 통해 안정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버슘 사고는 공급망 다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라며 “디엔에프나 한솔 쪽에 반사이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자료: 삼성전자)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자료: 삼성전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