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규제 기대효과 얻지 못한 채 게임산업만 후퇴"

게임이용장애, "규제 기대효과 얻지 못한 채 게임산업만 후퇴"

게임이용장애 국내도입이 피해자 구제라는 기대 효과를 얻지 못한 채 게임산업만 후퇴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가 28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인심리특성과 인식제고가 게임시간과 비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장애가 도입될 시 부정적 인식 강화로 정상 이용자는 소비를 줄이는 반면 과몰입군은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는 결과다.

연구팀은 전국 20세에서 59세 성인 남녀 503명으로을 대상으로 빈도분석과 희귀분석을 진행했다. 질병코드 등록 후 게임 지속 의향은 잠재적 문제이용집단(3.43)이 정상집단(2.89)보다 높았다. 응답자 69%는 '중독세' 등으로 게임이용 비용이 증가하면 돈을 더 지불할 의향이 없다고 대답했다. 정상집단이 잠재적 문제이용집단보다 추가비용 지불 의향이 낮았다. 애초 기대한 피해자 구제 효과가 작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섣부른 국내도입과 규제가 역효과만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현재 게임이용장애 국내도입은 과도한 이용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일부 인원 사례를 들어 공공보건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유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와 관련한 논의에는 개인 보호 논리에 치우쳐 경제침체 효과와 사회적 비용이 간과됐다”며 “경제적 부의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련해 게임문화재단 힐링센터 등 이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규제했을 때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려와 부정적 효과 측정을 제대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기대했던 효과는 발생하지 않지만 산업 피해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분류되면 연평균 2조80억원에서 3조5205억원 매출감소가 일어난다. 추가 사회적 비용은 7000억원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총 생산 감소 효과는 연간 5조 2526억원이다. 산업 손실에 의한 경제 파급 효과 산출로 확대된 손실까지 포함한 수치다.

고용창출 측면에서도 3만4000명 이상이 고용기회를 잃는 것으로 관측됐다. 게임산업이 젊은 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타격이 심각하다.

박성호 인기협 사무총장은 “섣부른 규제가 경제적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요한 산업군으로 떠오른 게임산업에 후퇴신호가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게임이용장애를 담은 ICD-11은 194개 세계보건기구(WHO)회원국에서 2022년부터 적용된다. WHO 질병 분류 코드는 권고 사항이다. 각국이 수용할 때는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 독자적인 기준인 한국질병분류코드(KCD)를 가지고 있다. 통계청이 담당하고 있으며 5년마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가 협의를 거쳐 진행한다. KCD에 넣으려면 과학적 조사와 전문가 자문, 연구용역을 거쳐야 하고 유사증상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그리고 공존질환과 상관관계도 살펴봐야 한다. 다음 KCD 등재 논의가 이뤄지는 올해는 유예기간이므로 국내 적용 논의는 2025년 판에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민관협의체가 주도하고 있다. 용역 연구 결과가 올해 11월 발표될 예정이다. 작년 1차 회의(7월) 이후 총 다섯 차례 회의가 진행됐다. 올해에는 코로나19 등에 따라 관련 논의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