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시니어 기술창업 늘려 보자

“제가 1981년생인데 이 동네에서는 노년 취급을 받습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40대 최고경영자(CEO)도 나이 많은 사람으로 치부된다. 60대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했다가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한다. 평가위원의 첫마디가 “건강도 좋지 않으실 텐데”였다고 한다. 경력이나 기술력을 먼저 묻는 게 아니라 세대 차별 발언에 크게 실망했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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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의 창업 정책은 청년을 주 대상으로 했다. 금융 지원은 물론 사업화, 연구개발(R&D), 공간 제공 등 전방위 지원 체계가 강화돼 왔다. 주된 목표는 청년의 '일자리 창출'에 있다. 정부 예산도 매년 증가, 올해는 1조5000억원을 넘겼다.

많은 투자는 나름대로 결실을 내고 있다. 신설 법인이 10만개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양적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질적 성장 측면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청년 창업의 절반 이상이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생계형 창업이다. 기술창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벤처기업 인증 비중도 40대 이상 창업가가 39.9%로 가장 많고, 뒤를 이어 50대가 39.2%를 차지했다.

창업 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20% 수준이다. 반면 창업가의 동종업계 경력이 길수록 기업 생존 기간은 길어진다. 업계 경력 5년 이하와 15년 이상으로 나눠 기업 생존율 격차를 분석한 결과 창업 1년 차 1.9%포인트(P)에서 4년 차 8.3%P로 격차가 벌어졌다.

정부가 올해부터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나이 제한을 없앤 것은 좋은 접근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지원 사업에 나이 구분이 많이 있고, 만 39세 이하 청년인 경우 가점을 주고 있다.

시니어 창업은 앞선 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길이다. 청년의 트렌디한 감각·열정에다 중장년의 현장 경험 및 전문성이 더해진다면 더 내실 있는 도전을 일궈 낼 수 있다. 이제 정부 창업 지원에서 '나이'라는 조건은 덜어내 보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시니어의 기술 창업을 유도할 창업정책도 함께 고민해 보자.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