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기술장벽, 민관 협력으로 뚫어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와 무역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무역기술장벽(TBT)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TBT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TBT 통보문은 3337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1500여건 수준이던 통보문이 11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TBT 폭증세는 2016년을 기점으로 더 가팔라졌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개발도상국들이 기술 규정과 표준, 적합성 평가 등을 무기로 '잘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출 회복을 위해 신남방 및 신북방 교역을 확대하고 있는 우리에게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런 가운데 우리 수출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노력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가기술표준원은 해외 규제 당국과 협상, 50건의 기업 애로를 해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유·무선 통신장비 규제 시행을 연기하거나 브라질로 수출하는 장비에 대해 유해물질제한(RoHS) 규제를 제외토록 하는 등 성과가 그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은 적지 않은 시험인증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성과는 민·관의 긴밀한 협력이 토대로 작용했다. 정부는 600건이 넘는 주요 수출국의 중요 규제를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고, 해외 규제 당국과의 협상에도 적극 나섰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정보 제공과 컨설팅 지원도 주효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해외에서 불합리한 기술 규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TBT 수집·분석, 애로 발굴, 협상 과정 등에서 정부와 민간이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배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민·관의 장벽 없는 소통과 협력이다. 정부도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