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노사정 합의 불발…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도 불똥 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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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합의문 발표 직전 불참 선언
최저임금위 4차 전원회의도 냉기류
勞 “16.4% 인상” vs 使 “2.1% 삭감”
최초안 이견…지루한 샅바싸움 전망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2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2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갑작스런 민주노총의 불참 선언에 무산됐다. 노사 갈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도 양측이 큰 견해차를 보이면서 쉽사리 합의에 이를지 미지수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노사정 대표자들은 1일 오전 서울 총리공관 삼청당에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을 열고 합의문을 공동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불참 통보로 예정시간 15분 전에 행사가 취소됐다.

전날 노사정 간 극적 타결로 합의문 초안까지 마련했지만 민주노총은 내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불참을 선언했다. 노사정 대화를 먼저 제안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직을 걸고 노사정 합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끝내 내부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에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정이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노사정 주체가 국난 극복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이어서 관심이 쏠렸다.

노사정 원포인트 대화가 불발되면서 진행 중인 최저임금 논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했다.

이 자리에서 노사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각각 내놨다.

근로자위원은 양대 노총 단일 안으로 올해 최저임금 8590원보다 16.4% 오른 1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최초 제시한 금액과 동일하다. 근로자위원은 비혼 단신 노동자와 1인 가구 생계비 수준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상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든 점도 고려했다고 근로자위원측은 설명했다.

2018년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들어가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단계적으로 확대돼 2024년에는 전액이 산입 범위에 포함된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사용자는 실제 임금을 그만큼 덜 올려주고도 최저임금 위반을 면할 수 있다.

사용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2.1% 삭감한 84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사용자위원은 삭감안을 제시한 배경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지난 3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 여건 악화 등을 꼽았다.

사용자위원은 현 정부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초단시간 노동자가 급증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서도 사용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으로 4.2% 삭감안을 제시했다.

노사 양측은 향후 회의에서 최초요구안을 토대로 격차를 좁히는 방식으로 논의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다음 회의를 통해 양측이 서로 납득할 수 있을만한 수준의 제1차 수정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5차 전원회의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 예정이다.

학계 관계자는 “노사정 합의가 불발된 것은 최저임금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책임이 민주노총에 있는 만큼 노노 갈등 재발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