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플랫폼 사업자'가 이체·결제 처리...마이데이터 '뼈대'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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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발표
단일 라이선스로 결제대행까지 가능
전자금융 업종 3개 체제로 간소화
금융당국에 신기술 보안 가이드 제시

정부가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내놨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테크핀 시대가 개화하면서 다양한 혁신 금융서비스 출현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급변하는 금융 생태계에 맞는 좀 더 명확하고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혁신방안 핵심은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마이데이터 산업 뼈대를 만들고, 업권간 갈등이 증폭되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다. 아울러 부정사고 해결을 위해 전자금융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보안 강화 대책도 내놨다. '소비자 보호'라는 대원칙을 또 하나의 핵심 방안으로 탑재했다.


[이슈분석]'플랫폼 사업자'가 이체·결제 처리...마이데이터 '뼈대' 세우다

◇마이데이터 '첫 뼈대' 만들다

금융위원회는 종합대책 핵심 사항으로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지정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종합지급결제사업자가 금융결제망에 참가해 결제기능을 수행하는 계좌발급, 관리 업무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키로 했다. 단일 라이선스로 자금이체업,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 등 모든 전자금융 업무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그럴 경우 사업자는 이용자 계좌를 직접 보유할 수 있고 급여이체나 카드대금, 보험료 납입 등 계좌관리가 가능해진다. 종전까지는 은행 등 금융사 연계 계좌만 개설 가능했다.

앞으로 금융서비스 이용자는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아도 은행 서비스 상당 부분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 토스, 핀크 등 빅테크 기업 성장을 예고했다.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도 도입한다. 소비자 결제나 송금 지시를 받아 금융사 등이 이체를 실시하도록 전달하는 업종이다.

지급지시전달업자는 고객계좌를 보유하지 않지만 고객 동의를 받아 결제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고객 금융계좌 정보에 대해 접근권을 보유한다.

◇디지털금융 무한경쟁, 진입규제 대거 풀어

정부는 디지털금융 생태계 확대를 위해 종전 복잡했던 업종을 3개 체제로 간소화하고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전자금융 부문 추상적이던 업종 간소화를 추진한다. 과도하게 세분화된 업종을 결제, 송금, 대행으로 통합해 단순화했다.

전자자금이체, 전자화폐 선불전자지급수단, 직불전자지급수단, 결제대금 예치 등 복잡한 업종을 자금이체업과 대금결제업, 결제대행업 등 3개 체제로 개편했다. 혁신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이 전자금융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최소자본금 규제도 합리화했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최소자본금은 신용카드사 수준인 200억원으로 책정했다. 예대업무 등을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해 인터넷전문은행(250억원)보다 낮게 설정했다. 자금이체업 20억원, 대금결제업 10억원, 결제대행업 5억원, 지급지시전달업은 3억원으로 책정했다.

또 영업 규모에 따라 특례제를 신설한다. 분기별 거래액이 100억원, 30억원 이하일 경우 최소 자본금을 2분의 1, 4분의 1로 인하하는 게 골자다. 아울러 이용자 자금을 보유, 송금업무를 하는 자금이체업은 허가제로 운영키로 했다. 그 외 업종은 등록제다. 다만 금융사고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해 이용자 자금 보호의무를 신설하고 전자금융사고 책임보험 가입한도도 상향한다.

◇지능화하는 디지털금융사고, 보안체계도 대폭 강화

종합대책의 또 다른 핵심 축은 디지털금융 보안 대책을 대거 수립했다는 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금융보안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확립하고 민간·공공을 아우르는 사이버리스크 통제체계를 마련했다. 핵심은 종전 사후적발 중심에서 사전예방 형태로 감독방향을 전환한다.

금융사 등에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디지털 신기술 활용 서비스에 대해 금융보안 가이드를 미리 금융당국에 제시하는 형태다. 아울러 대형 보안사고 등에 대비해 임직원 신분 제재 등 엄중 책임을 묻는 형태보다 기관 금전 제재 등을 강화해 금융사 스스로 자율 보안역량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 IT아웃소싱 확대 추세에 맞춰 제3자 리스크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주요 전자금융보조업자에 대해 직접 감독·검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종전까지 금융 아웃소싱 사업자는 간접감독 대상으로 자료제출만 해왔다.

한 발 더 나아가 금융보안 민간 거버넌스도 수립한다. 현업과 정보화부서, 정보보호·준법감시, 내부감사 등 3단계에 걸친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권한도 강화한다. 종전 CISO는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지는 '총알받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런 이미지를 불식하려면 좀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주요 경영자 회의에 참여시키고, 전사적 리스크 점검 권한을 주는 등 좀 더 많은 영역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회 책임도 강화한다. 주요 금융보안 사항은 이사회 보고 등을 의무화해 이사회·CEO 금융보안 관련 책임을 확립키로 했다.

◇요동치는 한국 금융 생태계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은 상당히 방대한 내용을 담았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역시 마이데이터 산업이다. 그 첫 가이드라인을 종합대책에 담았고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양한 업권에서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지급지시전달업 도입으로 한국 금융생태계는 요동칠 전망이다.

크게 세가지 변화다. 소비자는 자금 없이도 결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은행 계좌에 별도 충전 없이 결제가 가능해진다. 신용카드사가 쥐고 있던 시장을 직불결제 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은행과 카드사로선 중장기적으로 생존 기로에 설 수 있는 제도 도입이다. 종전 금융사 수수료 체계를 완전히 붕괴시키기 때문이다. 그 동안 소비자는 송금이나 물건을 구입할 때 은행 망을 활용하거나 신용카드사 '여신' 기능을 이용했다. 대신 서비스 이용료로 높은 수수료를 지불한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시장이 열리면서 이 같은 서비스 기능 상당 부분이 마이페이먼트 사업자로 이관된다.

네이버, 카카오 등 새로운 금융 챌린저에 최적의 시나리오다.

우선 환전과 송금, 결제 서비스가 모바일 기반으로 가능해져 종전 금융사가 제공하던 다양한 수수료 체계를 파격적으로 인하시키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이페이먼트 시장 선점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막대한 금융 소비자 정보와 플랫폼 장악력을 가질 수 있다.

결제 구조 인프라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마이페이먼트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카드사는 물론 전통적인 금융사는 존립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빅테크 독과점 우려도 제기, 금융권 “균형 있게 해달라”

정부 디지털금융 종합대책 발표로 금융 거래구조 변화가 예고되면서 업계도 희비가 엇갈렸다. 악영향이 예상되는 곳은 바로 신용카드 업계다. 카드사 고유 영역인 여신 수수료 사업이 더 이상 불필요해질 수 있다.

이미 정부의 아홉번에 걸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매출 하락, 간편결제 증가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경영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 은행도 입지는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은행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종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은행은 수신, 여신 기능만 취급하고 지급결제와 중장기적으로 자산관리 부문 경쟁력을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더 확보하게 된다. 종합대책의 핵심 방점도 빅테크 기업 육성으로 해석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종합대책이 그간 불투명하고 추상적인 부분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그럼에도 종전 금융 인프라를 너무 빨리 전환할 경우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장려한 주체는 정부인데 이번 종합대책 핵심은 여러 금융 기능을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이관시키기 위한 대책을 담고 있다”며 “그럴 경우 카드사 등 종전 금융사는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오히려 소비자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빅테크 등에 너무 많은 권한을 주면 오히려 이들 기업 독과점 구조가 만들어지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 재편을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디지털금융 육성대책이 마련돼야 하고 이번 종합혁신방안에는 전통 금융사에 대한 진흥대책은 담겨 있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