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융합망 사업, 국산장비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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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조항으로 'BOD' 기능 적시
특정 외산 장비서만 구현 가능
장비군·용량도 명확히 제시 안돼
'오버스펙' 외산 중심 구축 부채질

국가 융합망 사업, 국산장비 '역차별'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국가 융합망 백본망 구축 사업'이 외산 장비 독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장비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뿐만 아니라 장비 국산화 기조에도 배치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가 융합망 백본망 구축 사업'은 820억원(1망 541억원, 2망 286억원)이 넘는 대규모 사업으로, 정부 각 부처가 개별·운영하는 정보통신망을 통합하는 게 목적이다.

통신망 회선 비용 절감, 보안 사고 발생 가능성 감소 등 국가통신망 운용 효율성과 안정성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국산 장비업계 낙수효과까지 예상돼 올 하반기 최대 규모의 공공 유선망 사업으로 꼽혔다.

장비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국가 융합망 백본망 구축·운영 사업제안요청서'(RFP)에서 '주문형 대역폭 할당'(BOD) 기능을 필수 조항으로 제시했다.

BOD는 백본망 핵심 장비인 재설정식 광분기 다중화장치(ROADM)와 캐리어 이더넷 장치(PTN) 등을 연계, 대역폭을 조정하는 기능이다.

그러나 국산 장비업계는 17일 “BOD는 현재 노키아 등 외산 제조사 장비만 제공 가능한 기능”이라면서 “사실상 국산 장비 진입을 차단하는 독소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BOD와 유사한 기능을 국산 등 다른 장비와 시스템으로 구현할 수 있음에도 BOD를 필수 조항으로 적시한 게 의아하다는 지적이다.

이보다 앞서 사전규격 의견 수렴 과정에서 BOD는 특정 제조사 장비가 제공하는 기능이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이후 행안부는 RFP에 BOD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주문형 대역폭 할당 기술'이라는 번역 용어로 대체했다. BOD라는 용어는 삭제했지만 요구 사항은 종전처럼 유지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이례적으로 장비군·용량 등을 자세하게 제시하지 않아 모호하다는 점도 논란을 빚고 있다.

외산 장비를 중심으로 시스템을 구성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요구 조항이라는 해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업자는 국산 장비를 투입할 부분도 오버스펙 외산 장비를 선택해 평가에 대비할 가능성이 짙다”면서 “BOD뿐만 아니라 RFP 조항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사실상 외산 장비와 관리 시스템으로 일괄 구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외산 장비만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전 규격에서 BOD 용어 관련 문제 제기가 있어 RFP에 이를 반영·수정했다”면서 “특정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의도가 전혀 없고, 다양한 제조사 제품을 연계해 시스템을 제안해도 무방하도록 RFP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국산장비업계는 “국가 융합망 백본망 구축 사업이 외산 장비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면서 “정부가 국산 장비가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함에도 정반대 방향인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